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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23. 제6장 몇 가지 사목적 전망 ② (212~222항)

상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내와 이해로 혼인의 길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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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내와 이해로 혼인의 길 걸어야













혼인 거행의 준비(212~216항)

평생의 반려자가 될 배우자를 식별하고 선택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이 혼인하기로 결정하면 직접적인 혼인 준비를 한다. 그런데 초청장은 누구까지 보내며 예복은 무엇을 입고 손님 접대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신경을 쓰다 보면, 예산이 바닥날 뿐 아니라 기력도 빼앗기고 기쁨도 달아나기 십상이다. 혼인이 새 출발을 위한 힘찬 첫발이 아니라 지치고 힘든 행사가 돼 버린다. 거창한 결혼식으로 진이 빠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돈이 없어 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동거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현상들을 직시하면서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 “다르게 할 용기를 가져라”, “소비사회와 겉치레에 함몰되지 말도록 하라”고 당부한다. 중요한 것은 “은총으로 굳세어지고 거룩하게 되는, 함께하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보다 사랑을 우선에 두는 조촐한 예식을 치를 수 있다”고 교황은 격려한다. 그리고 사목자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이를 우선적인 규범으로 삼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212항).

요즘에는 혼인 당사자가 모두 신자인데도 성당에서는 간단하게 혼인성사만 하고 일반 예식장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따로 치르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우들의 혼인에서 혼인성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양가와 친척 친지들뿐 아니라 하느님 백성 공동체 앞에서 하는 두 사람의 혼인 서약은 신랑인 그리스도와 신부인 교회의 결합을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사람의 혼인 서약이 단순히 현재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서약임을 강조한다. 나아가 혼인의 성, 육체의 언어 그리고 혼인 생활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표시들은 혼인 서약이 중단없이 이어지는 “전례적 언어”라며 “혼인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 전례적이 된다”고 밝힌다(215항). 사실 혼인생활 자체가 서로 하느님의 모습을 보고 보여주는 거룩한 생활이 돼야 한다.

교황은 그래서 혼인 당사자들에게 혼인 예식의 각 부분이 지니는 의미를 숙고하기를 당부하면서 아울러 혼인식장에 오기 전에 두 사람은 먼저 서로 상대방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친절하게 기도 지향까지 알려 준다. △끝까지 서로에게 성실하고 너그러울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고 △주님께서 그들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님께 함께 청하고 △성모상 앞에서 그들의 사랑을 봉헌하는 것이다. 교황은 또 혼인 당사자들이 이런 기도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라고 당부한다.



혼인 생활 초기에 함께하기(217~222항)

사랑이 육체적 매력이나 어렴풋한 애정에 불과할 때는 그 애정이 식거나 매력이 없어지면 서로 상처를 받기 쉽다. 서로를 깊이 알지 못하는 이런 상태에서 혼인했을 경우에는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 서로에게 요구된다고 교황은 밝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혼인성사가 끝이 아니라 부부의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시작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들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하느님 은총의 도움으로 날마다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부부는 상대방에 대해 완벽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내와 이해와 관용과 너그러움으로 함께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부 사이에는 사랑 대신 끊임없는 의심과 비판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교황은 또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혼인 초기에 부부가 사랑 체험에 감흥이 없으면 미래의 희망을 향한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황은 희망을 “혼인 초기의 다툼과 불화와 문제를 넘어서서 더 넓은 관점에서 보도록 해주는 누룩”(166항)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여러 불확실함과 우려를 잠재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희망은 또한 현재에 충실하게 해준다. “견고한 미래를 준비하는 최상의 길은 현재에 잘 사는 것”(219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너그러움과 희생을 요구하는 다양한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 대화하고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내고 그러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승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원만하게 살아온 노(老) 부부에게서 우리는 이를 곧잘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또 “혼인 생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도 혼인이 깨지는 원인이 된다”면서 그러나 이를 결별이 아니라 “성숙의 길”로 삼으라고 권고한다(221항).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가장 큰 과제는 성숙하도록 서로 도와주는 일이다. “사랑은 장인(匠人)의 인내, 하느님에게서 오는 인내로써 서로 기다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에게 생명의 전달에 너그러워지도록 격려하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자녀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놀라운 선물이며, 부모와 교회에 기쁨이라는 사실을 더욱 강조해야 하다”고 당부한다(222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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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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