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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19)분노로 쌓아올린 마음의 벽



왜 나는 미나씨와 대화를 하면 마음이 불편할까? 언제부턴가 그의 말과 행동에서 '마음'을 만날 수 없었다. 사람이란 그렇지 않은가? 화를 내거나, 웃거나 공격을 해와도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그 사람의 고유한 모습이 말과 행동에서 묻어나옴을 느낀다. 그런데 미나씨는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말'은 알겠는데 '마음'을 잘 모르겠다. 혹시 나만의 잘못된 판단일까? 나는 미나씨가 해맑게 웃거나 화를 낼 때도 그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잘 웃는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그런데 그의 말과 행동은 차갑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책임감은 엄청나게 강하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일 외에는 선을 긋는다. 화려한 말재주로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논리를 감정적으로 방어한다는 느낌이다.

미나씨는 어떤 일을 주면 "이것을 왜 제가 해야 하지요?"라고 따지듯 묻는다. 그래서 해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저는 못 해요"다. 그것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주 단호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그에게 무언가 부탁하는 일이 매우 힘든 일이 돼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거절 잘하는 미나씨에게 "당신은 참 솔직해!"라고 말한다. 칭찬인지 비아냥거림인지는 모호하지만, 그는 "전 내숭 떠는 사람은 질색입니다. 비겁하잖아요. 싫으면서 표현도 못 하고, 그게 뭡니까?"라고 말한다. 그런데 주변 동료들은 미나씨와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무언가 이의를 제기하면 자신을 설득하라는 듯한 그의 말투가 숨 막힌다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한마디 했다가 "지금 저 야단치는 거죠?", "기분이 몹시 나쁜데요" 하는 냉소적인 반응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나는 미나씨의 말에 화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을 느꼈다. 마음에 화가 가득 차 있는데 애써 이성으로 누르려다 보니 공격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다 보니 솔직해 보이기는 했지만, 사실 마음속 화가 말과 행동으로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소통 패턴을 보면 좋다는 말보다 싫다는 말을, 공감한다는 말보다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성찰과 사색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것을 솔직하다고 할 수 없다.

솔직함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나의 상처와 분노, 결핍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솔직함은 무엇보다 '너'를 향한 질책과 비난에 앞서 '나'를 향한 통렬한 반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솔직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 감정을 먼저 살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감춰둔 마음속 부끄러움을 끄집어내며 용서를 청하고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반성과 고뇌에서 나온 솔직함은 아파도 슬퍼도 화가 나도 감동을 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준다. 그러나 내면 가득한 분노에서 나온 부정적인 감정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이며 곧바로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

물론 나는 미나씨가 일도 사람 관계도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일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 '완벽함'으로 인해 다른 필요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만나지 못한다. 사람들과 웃고 농담을 하다가도 일에서는 정확히 선을 긋는다. 마음과 관계는 유연하게 흐르도록 내버려둬야 하는데 가지치기를 하고 둑을 쌓으려 하니 안타깝다. 그래서 나와 미나씨는 마음이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

미나씨가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분노를 만나고, 자신의 마음과 화해했으면 좋겠다. 화를 내는 이유는 '너 때문'이고 '일 때문'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 원래부터 있던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과 친해질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성찰하기

1. 화가 날 때는 일단 편안한 자세로 심호흡하며 긴장을 푸세요.

2. 그리고 내 마음속 화와 직면하세요. 그리고 파도에 몸을 맡기듯 힘을 빼요.

3.'너 때문'이라는 이유는 화를 정당하다고 부추길 뿐입니다. 분노는 원래 '나의 것'이라고 인정해요.

4. 올라오는 분노는 통제할 수 없지만, 나의 행동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요.

5.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고 분노하는 건 내가 아니야!"라고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말해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6.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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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1-19 11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13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14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16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18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19 이어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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