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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16)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

‘핑계’ 뒤로 숨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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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로 소임을 받아 첫 출근하던 날, 방송 스피커를 통해 아침 방송 기도로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영성이 낭독되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영성은 치유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체현하여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데 있다. 우리는 이 영성을 구현하기 위하여 숭고한 사명감을 지닌 의료인을 양성하고 의학을 연구, 발전시키며 사랑에 찬 의료봉사를 베풀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선언문이었다.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병원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쁨과 사고와 병고로 가족을 멀리 떠나보내는 슬픔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각자 안에 체현하는 일은 의료사도직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그 안에서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영적 체험일 것이다.

센터 일을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아침 방송 기도의 시작을 알리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영성 구현’ 낭독이 늘 새롭기만 한 것은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매 순간 다르게 만나기 때문이다. 매일 중독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분들과 크고 작은 고통을 함께하면서 회복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톨릭대학병원에서?” 혹은 “수도자가?”라며 우리의 신앙과 신분을 비판하고 저항할 때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중독의 원인이 다양한 문제들로 그물망처럼 엮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그물망이 시작된 끈을 찾아 풀어가는 역할을 치료자가 해야 하는데 깊은 내면에서 실마리를 찾는 일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자극들을 함께 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이 일어나기도 하고 간혹 치료자가 겪어야 하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래서 치료자 스스로 직면할 힘이 있어야 하고 힘이 있을 때 치료 과정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저항을 자유롭게 헤쳐나갈 수 있음을 자주 경험한다.

그러면 저항은 왜 일어날까?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약함에서 일어나는 ‘회피 반응’이라고 본다.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수녀님이 더 따뜻하게 다독거려서 이끌어주었다면?” “가족들이 자신을 잘 이해해주었다면?” “가족들이 폐쇄 병동에 처음부터 입원시키지 않았다면?” 하고 자신의 상황을 외부 원인들로 합리화시키면서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독의 어려움에서 회복하시는 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면 공통으로 고백하는 것이 “회복하려면 ‘핑계’를 경계하라”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회복되지 않는 원인과 책임을 가족에게 혹은 치료자, 치료기관으로 미루지 마라.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으라”고 강조한다.

굳이 중독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는 자신의 죄를 얼마나 직시하고 있는가? 얼마나 쉽게 도망치고 이유를 만드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멸하지 않으려면 각자 안에 있는 약함의 도피처인 ‘회피’에서 빠져나오려는 회심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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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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