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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9주일 - 약속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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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택 신부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루카 12,37)

예수님의 이 말씀은 때로는 너무 무거운 말씀으로 들립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어려움과 시련, 고역스러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런 고된 삶에 쉬지 않고 깨어 살아야 하는 신앙이 추가된다면, 그 삶이란 얼마나 피곤하고 고단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그런 뜻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종말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하느님 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단순히 먼 훗날에나 들어갈 나라가 아니라, 그분과 함께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하느님의 다스리심’입니다.

당시 예수님과 만난 사람들은 어둡고 고단했던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을 경험했으며,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희망이 솟아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분의 눈길과 손길, 인품을 통해 전해지는 따스한 사랑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경험했습니다. 부름 받은 존재, 선택된 존재, 하느님의 사랑 받는 소중한 자녀임을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그들은 죄와 악, 죽음까지도 넘어서는 새로운 삶이 예수님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이미 하느님의 나라, 종말의 삶을 지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종말 메시지는 세상 끝날에 있을 무서운 일에 대한 예언이나 예고가 아닙니다. 종말에 관한 소식은 하느님께서 만물을 주재하시고 인류의 역사를 완성하시리라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삶이 지금 여기서 극복될 수 있다는, 죄와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신앙을 통해 그것이 가능케 되었다는 것입니다.

종말에 관한 가르침은 지금 여기서 종말론적 삶을 살라는 초대입니다. 종말론적 삶이란 희망 자체이신 하느님 아버지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삶입니다. 교회 안에 활동하시는 성령을 통해, 말씀과 성사 안에서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해방과 자유, 용서와 화해, 사랑과 친교의 삶입니다. 그것은 마술과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름을 통해, 자신을 벗어버리고 삶을 내어놓는 사랑의 삶을 통해 체득되는 삶의 방식입니다.

언제 오실지 모를 주님을 기다리며 깨어 준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금 우리가 살면서 겪는 시련과 고통, 죄와 악으로 점철된 우리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곧 그것은 하느님 나라가 바로 지금 여기서 요청된다는 긴박함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보게 합니다.

깨어 준비하라는 말씀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곧 인간은 미래를 향해 개방된 존재이며 인간 삶은 약속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깨닫고 인정하고 수용하면서도 삶이 미래를 향해 열려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늘 열린 자세로 매일의 삶을 대할 줄 알며, 시련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 안에서도 살아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하느님은 ‘약속의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힘겹고 지친 우리 삶 한가운데서 당신의 나라를 약속하시며, 오늘도 우리와 함께 걸으시며 그 나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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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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