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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단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문은희 아가타, 광주 행복학교 36.5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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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희 아가타, 광주 행복학교 36.5 교장



“교장 선생님, 우리 OO를 어찌해야
한단 말입네까? 인자는 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이른 아침 OO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OO가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며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OO가 보낸 문자 내용은
이랬다. ‘나도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몇년 동안 허송세월한 느낌이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나는 중국에서 살고 싶다. 나를 상관하지
마라.’

한국 땅을 밟은 지 3년 넘도록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OO는 수녀님의 가정방문을 통해 행복학교에 왔다. 장기간의 칩거 생활 때문이었을까.
1:1 개인상담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주변인을 자청하는 친구였다.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어쩌다 학교에 오는 날에도 수업을 거부한 채 빈 교실에 들어가
엎드려 자는 날이 많았다.

탈북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동생과 함께 한국에서
살게 된 OO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다가 열아홉 살이 됐다. 가족 모두가
한국에서 살고 있으니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도 딱히 뚜렷한 미래가 없다. OO는 어머니에게
문자를 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머니는 그런 문자를 받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어머니, OO가 어머님께 문자를 보내 자신의 현재
심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표라 생각합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기다려보세요.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OO는 한국에서 멋지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포스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문구가 내게 힘을 준다. 출근길에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를 입안에서 중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학교 앞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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