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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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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4) 11세기 ④ - 카말돌리회 영성

은수자들의 고독한 삶에서 수도원 개혁의 원동력을 찾다

▲ 로무알두스는 공주 생활과 은수 생활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수도 생활 신학을 만들었다. 훗날 수도 생활의 참된 본질로 나아가고자 새로운 형태의 수도원인 '카말돌리회'를 설립했다. 그림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로무알두스(오른쪽)의 모습을 그린 성화.


교회 안팎에서 정치, 경제적인 외적 영향 때문에 변질되어 버린
수도원을 개혁하고자 시작된 클뤼니 수도원의 개혁은 수도원 제도 및 수도 생활 쇄신을
주장하면서 크게 성공하는 듯 했지만, 개혁의 주체였던 클뤼니 수도회가 200여년
만에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개혁 운동이 수도자와
수도 생활의 근본 핵심을 담아내지 못하고 외형적인 활동에 치중함으로써 수도자들은
내면의 깊은 관상 기도에 다다르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수도 생활의 참된
본질로 나아가고자 하는 수도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수도원을 계획했습니다.



 엄격한
은수 생활을 추구했던 로무알두스
 

 

새로운 수도회 중에 하나는 로무알두스(Romual -dus, 951~1027)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로무알두스는 라벤나(Ravenna)의 세르지오(Sergio) 귀족 가문 출신으로 유년기 시절에
세상의 기쁨을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20세에 아버지의 살인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하여
클라세(Classe)에 있는 베네딕도회 성 아폴리나리스 수도원에서 40일을 머문 후에
수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이 수도원은 클뤼니 수도회에 의해 개혁된 수도원이었는데,
아직 개혁 정신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장상의 허가를 받고 성 아폴리나리스
수도원을 떠난 로무알두스는 베네치아에서 마리누스(Marinus)라는 은수자의 지도를
받으며 대단히 엄격한 은수(隱修)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978년쯤에 베네치아 총독이었던 베드로 우르세올루스(Petrus Urseolus, 928~987)
및 스승 마리누스와 함께 로무알두스는 피레네산맥의 베네딕도회 쿡사(Cuxa)의 성
미카엘 수도원 구아리누스(Guarinus) 원장의 충고로 그곳으로 옮겨가 수도원 근처에
은수처를 마련해 10년가량 공주(共住) 생활과 은수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로무알두스는
베네딕투스의 수도 규칙을 익히면서 자신만의 수도 생활 신학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수도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로무알두스는
998년에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오토 3세(Otto III, 재위 996~1002)에 의해 성 아폴리나리스
수도원 원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수도자들이 로무알두스의 개혁에 반감을
들어내자, 로무알두스는 이듬해에 원장직을 사임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오가며
은수 생활을 추구했습니다.

 

공주(共住) 수도 생활과 독거 은수 생활의 결합

1012년에 아레초(Arezzo)에 도착한 로무알두스는 말돌루스(Maldolus)라는 사람에게
약간의 땅을 기증받았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말돌루스는 하얀 수도복을 입고 천국으로
올라가는 수도자에 대한 환시를 보았다고 합니다. 로무알두스는 아레초 교구장의
승인을 받고 '말돌루스의 땅(Campus Maldoli)'에 다섯 개의 은수처를 마련했습니다.
1014년에 로무알두스가 폰테 부오노(Fonte Buono)에 설립한 수도원과 함께 이 은수처들은
이후 카말돌리(Camaldoli)회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로무알두스가 생각한 수도 생활은 베네딕도 수도 규칙을 근간으로 하여 수도원에서
지내는 공주(共住) 수도 생활과 은수처에서 지내는 독거 은수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였습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수도 생활에서 장상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수도원 공동체를 책임진 장상은 수도 생활을 원하는 지원자를 받습니다. 수도원에
입회한 지원자는 수도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장상으로부터 수도 규칙과 수도
생활의 목표 등을 배웁니다. 물론 이 수도회의 모든 수도자가 원하는 목표는 점진적인
발전을 통해 완덕을 완성하고 관상의 최고 경지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장상은 수도자들의 영적 발전 상태를 점검하고, 은수 생활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살펴서 수도자들에게 독거 생활 여부를 식별하고 허가했습니다. 아직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은 공동체를 위한 모든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은수처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은 독거 은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육체노동만
담당할 뿐이고, 이외에는 침묵 속에서 단식하며 홀로 관상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고독한 삶을 추구했던 카말돌리회
 

로무알두스는 수도 규칙과 관련된 문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수도자들을 통해 로무알두스의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독일 쿠에르푸르트(Querfurt)
귀족 가문 출신인 브루노-보니파키우스(Bruno-Bonifacius, 974~1009)는 황제 대관식을
치르러 가는 오토 3세와 동행하면서 로마에서 프라하의 아달베르투스(Adalbertus
Pragensis, 956~997)를 만나 그의 선교 열정에 감명을 받고 한동안 아달베르투스가
수도자가 되었던 수도원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라벤나 근처 수도원에서 수도자가
되어 로무알두스의 지도 아래에 엄격한 수덕 생활 훈련을 받았습니다. 브루노-보니파키우스는
로무알두스가 죽기 몇 해 전에 저술했던 「다섯 형제들의 생애(Vita Quinque Fratrum)」에
로무알두스의 짧지만 귀중한 수도 규칙을 담았습니다. 즉, 천국에 있는 것 같이 은수처에
앉아서, 세상 전체를 자신의 뒤로 물리치고 모두 잊어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앉아서 기다리며, 하느님의 은총에 만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라벤나의 가난한 가정 출신인 베드로 다미아누스(Petrus Damianus, 1007~1072)는
1035년에 폰테 아벨라나(Fonte Avellana) 베네딕도회 수도원에 입회해 은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엄격한 생활을 하던 이 수도원은 로무알두스가 추진했던 개혁
운동과 깊게 연결되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로무알두스가 설립한 카말돌리회
은수처의 관습과 수도 규칙을 함께 나눌 정도였습니다. 베드로 다미아누스는 1042년에
「로무알두스의 생애(Vita beati Romualdi)」를 저술했습니다. 결국, 1043년에 수도원
원장이 된 베드로 다미아누스는 베네딕투스의 공주 수도 생활 형태와 로무알두스의
독거 은수 생활 형태를 결합한 규칙에 따라 수도원을 개혁했으며, 5개의 은수처도
설립했습니다.
 

카말돌리회 제4대 원장이었던 루돌푸스(Rudol -phus Camaldulensis, †1089)는
1080년에 카말돌리회의 첫 번째 규칙서인 「관습법(Consuetudines)」을 저술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루돌푸스는 11세기에 카말돌리회가 살았던 규정과 관습들을 집대성해
묘사했습니다. 루돌푸스도 로무알두스의 가르침에 따라 은수자들의 고독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고독한 은수처는 다양한 덕행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영적인 무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은수자는 은수처에서 겸손, 순명, 경건, 사랑의 덕행을 연마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외적으로 화려해졌던 클뤼니 수도회를 대신해 초심으로 돌아가자던 수도원
개혁은 고대 사막의 은수자들이 실천했던 독거 은수 생활을 새롭게 조명하며 체계화했습니다.
수도원과 은수처는 장소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면서도 가까이에서 공생하는 형태를
유지하며 수도자들이 관상에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었습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7.09.27 등록]
가톨릭인터넷 Goodnews에 오신 모든 분들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오늘의 복음말씀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21 그때에 13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오늘의 성인
 도미시오(Domitius)
 로마노(Romanus)
복자  바르톨로메오(Bartholomew)
 베네딕토(Benedict)
 베로(Verus)
 세르반도(Servandus)
 세베리노(Severinus)
 세베리노 보에시오(Severinus Boethius)
 알루치오(Allucio)
성녀  에텔플레다(Ethelfleda)
복녀  요세피나 르루(Josephine Leroux)
 요한(John)
 요한 부오니(John Buoni)
 이냐시오(Ignatius)
 제르마노(Germanus)
 테오도로(Theo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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