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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41) 기억에 남는 미사 셋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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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들에게 미사는 아주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도입니다. 때로는 힘이 되지만 때로는 그저 일과의 하나처럼 여겨져서 아무 감흥 없이 하게 되는 기도. 그래서 미사는 사제들에게는 평생의 화두라고 하지요.

미사의 경건함과 영적인 맛은 평신도였을 때가 더 있었던 듯싶습니다. 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른 성당에서의 미사는 마음에 푸근한 위로를 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학생이 되어서의 미사는 그저 빠지면 안 되는 의무 대상이 돼 별맛이 없었습니다. 부제 때의 미사는 틀리면 안 되는 부담 가는 과제에 지나지 않았고요.

이렇게 재미없는 미사를 평생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는데, 그러다 수품 후에 어떤 달동네에서 첫 미사를 하면서 비로소 미사의 참맛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지방 어느 달동네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오신 외국인 신부님이 머무시는 숙소에서 드린 첫 미사였습니다. 작은 방에는 신자분들이 꽉 들어차고, 다닥다닥 붙은 자리에서 하게 된 첫 미사.

새 신부의 첫 미사를 보려고 많은 분이 오신 것입니다. 긴장감을 가지고 시작한 미사. 그런데 미사경본을 읽어나가는데 갑자기 미사경본의 글자들이 살아서 소리로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주체할 길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 주님께서 정말 살아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벅찬 감정 때문에 다시는 미사경본을 읽지를 못했습니다. 울지 말아야지 할수록 눈물은 정신없이 흘러내리고…. 신자분들 보기 민망해서 그만 울어야지 할수록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교우분들도 같이 우시느라 눈물로 범벅된 제 얼굴을 안 보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납니다. 미사는 주님이 주신 선물이구나 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미사였지요.

두 번째로 기억나는 미사. 본당 신부로 첫 발령이 나서 첫 휴가를 본당 청년들과 같이 동해안으로 떠났을 때입니다. 그즈음 어떤 교우 분들이 미사를 여러 대 부탁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놀다가도 청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놀다가 차를 몰고 서울 쪽으로 돌아오는 길. 사방은 어두워서 잘 보이질 않고, 느리게 가는 차량 행렬에 약간의 짜증이 나서 내리막길에 그 차량을 추월해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차량의 불빛이 왠지 불길하게 여겨졌습니다. ‘좀 이상하다’ 싶어서 추월하려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그 순간 바로 옆으로 경운기 한 대가 지나갔습니다. 밤중에 불도 켜지 않은 경운기가 사람을 여럿 태우고 올라오고 있었는데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가슴이 울렁대고 ‘주님 감사합니다’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대형 사고를 막아준 것이 매일 미사를 드린 덕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로 놀러 가서도 미사는 꼭 하는 습관이 생겼고요.

세 번째 미사. 몸이 아파 성당 밖으로 외출조차 못 했을 때, 작은 소성당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성당에서 혼자 미사를 드리는데 왠지 성당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찬 기분이 들었습니다. 돌아가신 사제들과 아는 교우 분들의 영혼이 미사에 함께 하고 계시는듯한 느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미사가 그분들의 영혼에 위로를 준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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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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