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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24) 우리 일생의 ‘피정의 집-광야’발행일 : 2014-11-16 [제291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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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탈출에 성공한 이스라엘 백성은 모두 감격에 젖어 노래했다.

“나는 주님께 노래하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주셨다”(탈출 15,1ㄴ-2).

그러나 기쁨의 축제를 여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이집트 탈출이 곧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입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 길고도 험한 광야의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이 광야를 뛰어넘어 단숨에 젖과 꿀이 흐르는 구원의 땅 가나안으로 직행할 수는 없었다. 대학입학의 기쁨도 잠시, 곧 다가올 취직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수험생처럼 이스라엘인들도 결코 쉽지 않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구원의 문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지 아직까지 구원의 최종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그렇다면 이스라엘에게 광야는 무엇인가? 광야는 물이 귀하고 숲과 나무 등이 귀한 거친 곳이다. 그런 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이스라엘 백성도 그러했다. 이집트를 빠져나와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평을 토해낸다.

“백성은 ‘우리가 마실 물을 내놓으시오’ 하면서 모세와 시비하였다”(17,2ㄱ).

아일랜드에서 안식년을 보낼 적에 본 책이 자주 머리에 떠오른다. 제목은 다음과 같다. ‘We all are on a journey from darkness into light.’ 우리 모두가 어두움에서 밝은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그 누구도 완성된 삶의 목표에 오늘 도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 저자는 세례받은 신앙인을 두고 말한다(1베드 2,2 참조). ‘우리가 이미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이제 더 나은 그리스도인으로 탈바꿈해가야 한다’는 실존적 차원으로 가는 과정에 있음을 강조한다. 어느 독일 학자는 말한다. 신자는 ‘Christsein/그리스도신자임’에서 ‘Christwerden 더 나은 그리스도신자가 되어감’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이미 세례를 통하여 존재론적 차원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신자(그리스도인)가 되었지만, 더 나은 신자 곧 그리스도를 더 많이 닮은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이 어두운 쪽에서 밝은 쪽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말이나 이미 세례를 통해 신자가 되었지만 ‘보다 나은 신자로’ 탈바꿈해 나가야 한다는 표현은 늘 싱그럽게 다가온다. 이 같은 원리는 부부나 친구 사이에도, 둘 이상이 만나는 모든 모임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그러나 더 많이 만날수록, 시간이 흘러갈수록 실상 서로 지켜야 할 기본 예의를 무시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부사랑도 벗들의 우정도 지속적 노력을 통해서만 심화된다. 광야가 주는 교훈은 ‘처음처럼’에 머물지 말고 ‘처음보다 더 낫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탈출기와 민수기는 시나이 광야를, 그곳을 헤매던 이스라엘 백성이 자주 하느님께 불평하며 투덜대거나 그분을 불신하던 곳으로 이해한다. 이스라엘의 불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광야 뙤약볕 아래서 목마름과 배고픔, 뱀이나 전갈 등으로 인한 인간적 어려움 때문에 불평하다 도움을 청하거나 부르짖을 때는 늘 하느님 구원의 손길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불평-구원’ 도식으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다른 하나는 그들이 이집트 탈출 곧 자신들의 해방을 주관하신 야훼 하느님을 불신하여 불평을 토로할 경우인데 이때는 가차 없이 심판이 뒤따른다. 이를 ‘불평-심판’ 도식으로 보면 간단하다.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신교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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