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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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7. 기도의 단계 ②- 구송 기도

구송 기도, 쉽지만 높은 관상의 경지로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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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송 기도는 데레사 성녀가 초대하는 기도의 여정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이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도이다. 대표적인 구송 기도로는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식사 전·후 기도, 묵주기도, 성무일도 등이 있다.

관상 기도로 이어주는 구송 기도

성녀 데레사가 초대하는 기도의 여정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이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도로 ‘구송 기도(口誦 祈禱)’를 들 수 있습니다. 구송 기도는 말 그대로 입으로 읊으며 드리는 기도를 말합니다.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일정한 기도문을 만들어 기회 될 때마다 그 기도문을 읊으며 드리도록 하는 기도는 모두 이 기도에 속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드리는 대표적인 구송 기도로는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식사 전·후 기도, 묵주기도, 성무일도 등이 있으며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미사 또한 구송 기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녀 데레사는 잘 드린 구송 기도야말로 수준 높은 기도가 될뿐더러 영혼을 높은 관상의 경지로 인도해주는 최상의 기도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성녀는 각 사람이 지닌 기질, 교육 정도, 영혼의 성숙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더 잘 맞는 기도 방법을 활용해서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갖도록 권했습니다. 특히 성녀는 무학문맹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쉬운 구송 기도를 통해 높은 관상의 경지까지 도달한 여러 경우를 들어 이 기도를 권했습니다.



성녀 데레사가 가르치는 구송 기도란?

무엇보다 성녀는 구송 기도를 함에 있어서 기도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의식하도록 주문했습니다. 다시 말해, 성녀는 기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늘 염두에 둬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화 상대자인 하느님의 현존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권했습니다(「완덕의 길」 26,1). 성녀는 이 점이야말로 기도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서 기도의 효과는 얼마나 하느님을 기도 안에 현존시키고 거기에 머무는가에 달렸다고 보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성녀는 주님 곁에 머물되 그분과 함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성녀는 여기서 무엇보다도 ‘주님을 바라보는 자세’를 핵심으로 꼽았습니다(「완덕의 길」 26,3). 성녀는 이런 근본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구송 기도를 드리되 묵상을 병행하도록 권했습니다. 이는 곧 구송 기도와 묵상 기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부분으로 결국 성녀는 구송 기도의 묵상 기도화를 지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묵상 기도와 구송 기도의 구별이 입을 다물고 안 다물고 있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입으로 외면서 그 말씀을 다 알아듣고 하느님하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그것이 곧 묵상 기도이면서 구송 기도인 것입니다”(「완덕의 길」 22,1).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에서 구송 기도를 묵상 기도와 함께 묶어서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엄격하게 구송 기도만을 따로 떼어내서 설명하기보다는 묵상 기도의 틀 안에서 구송 기도를 함께 소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완덕의 길」 22,3).



기도는 양(量)의 문제가 아닌 질(質)의 문제

묵주기도는 대표적인 구송 기도 가운데 하나로 평소 신심 깊은 신자들 사이에서는 은연중에 누가 묵주기도를 더 많이 하나 하는 경쟁이 붙곤 합니다. 하루는 어느 시골 본당의 신심 깊은 A할머니께서 하루 종일 묵주알을 굴려 기도를 해서 100단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할머니셨습니다. 친구 B할머니에게 자신의 기도 능력을 자랑하고 싶었던 A할머님은 이내 자신이 하루 만에 100단을 했다며 으스댔답니다. 그런데 웬걸, B할머님은 1,000단을 했다고 맞받아쳤지 뭡니까? 그 비결을 물었더니 묵주알을 굴리며 ‘성모송’을 한 번 읊은 다음에 이어서 성모송을 반복하지 않고 “아까 멩케로”를 9번 연발 날려서 시간을 엄청 단축하면서도 묵주기도를 10배나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얘기를 듣고 있던 C할머님, 가관입니다. C할머님은 가소롭다는 듯이 눈을 내리깔며 자신은 5000단을 했다고 자랑했답니다. 그 비결을 물으니, 한꺼번에 5개의 묵주를 잡고 B할머님의 “아까 멩케로” 주문을 연발했다고 합니다. 설마, 그럴 리야! 라고들 하시겠지만, 보통의 신자들이 묵주기도에 대해 갖는 의식은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관총을 쏘듯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모송을 읊으며 묵주알을 굴려서 1단이라도 더 많이 해야 공덕을 더 쌓고 그걸로 은총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게 묵주기도를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어떻게 묵주기도를 잘 할 것인가?

묵주기도를 빨리, 많이 한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각각의 신비를 묵상하며 그 신비에 대한 묵상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게 묵주기도의 핵심입니다. 50단 했다, 100단 했다고 하는 산술적인 기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1단을 하더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주님 안에 머무르며 각각의 신비가 초대하는 구원 역사의 사건을 묵상하고 주님을 만났는가가 관건입니다. 스님들이 동안거, 하안거라 해서 도를 깨치기 위해 용맹정진하러 몇 달간 선방(禪房)에 들어가면서 책을 궤짝으로 싸들고 가지는 않습니다. 스승으로부터 ‘화두’가 되는 단어 한 글자만 받아서 몇 달을 그것과 목숨을 걸고 씨름해서 깨달음에 이릅니다. 그렇듯이, 주님을 만나 사랑하는데 한 숨도 쉬지 않고 지껄일 필요는 없습니다.

구송 기도! 짧은 기도문이라도 온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드리면 충분히 깊은 관상 기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을 실어서 정성을 다해 천천히 성모송을 드리며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안에 푹 빠져 묵주알을 굴려보십시오. 어느새 기도의 고수가 되어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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