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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속 세계공의회] 35. 비그리스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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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그리스도교 선언은 야생 올리브나무 가지가 접목된 좋은 올리브나무 뿌리에서 자라는 것을 교회와 유다교에 비기면서 교회와 유다교가 큰 정신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다.
사진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고 있는 유다인들 모습.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 이하 비그리스도교선언 혹은 선언)는 공의회 제4회기 때인 1965년 10월 28일 제7차 장엄 공개회의에서 통과돼(찬성 2221/ 반대 88/기권 1) 공포됐습니다. 교령은 서론을 비롯해 다른 종교(일반), 이슬람교, 유다교, 보편적 형제애를 각각 주제로 모두 5개항으로 된 상당히 짧은 분량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뒤늦게 공포된 것은 준비 단계에서는 독자적 초안이 없었던 탓도 있습니다. 독자적 초안이 마련된 것은 1964년 제3회기 때였고, 1965년 9월 제4회기가 시작하면서 본격적 토론과 수정을 거쳐 현재 문건으로 통과됐습니다.
 
 선언은 서론(1항)에서 문헌의 취지 혹은 목적을 "인간 공통의 문제와 상호 협력 증진"(1항)에 관해 숙고하기 위해서라고 밝힙니다. 교회가 이에 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간과 인간, 민족과 민족 사이에 일치와 사랑을 촉진"(1항)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간 공통의 문제란 인생의 의미와 목적, 선과 악, 고통과 죽음, 죽음 이후의 세계 같은 인생의 근본 문제들을 말합니다.
 
 ◇다른 종교(2항)
 선언은 힌두교와 불교를 비롯해 그 밖의 다른 종교들에서도 인생의 근본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2항)고 선언합니다. 교령은 이어 "그것이 비록 가톨릭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2항)고 밝힙니다. 이 선언은 다른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자세와는 판이한 것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교회의 기본 자세를 이같이 표명한 그리스도교선언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가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또 끊임없이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야말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실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을 당신과 화해"(2항)시키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선언은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종교 신자들을 대하는 기본 자세를 적시합니다. 그것은 1지혜와 사랑으로 다른 종교 신봉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2그리스도 신앙과 생활을 증언하고 3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증진하는 일입니다.

 선언은 다른 종교와 다른 종교인들에 대한 교회와 신자들의 기본적 자세를 이같이 제시한 후 여러 종교 가운데서 특별히 이슬람교와 유다교에 대해 언급합니다(3~4항).

 ◇이슬람교(3항)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무슬림 역시 유일신 하느님을 섬기며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받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하느님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예언자로 존경하며, 동정 마리아를 공경합니다. 또 부활과 하느님의 정의로운 심판을 믿습니다. 그래서 도덕 생활을 존중하며 특히 기도와 자선과 단식으로 하느님을 섬깁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이슬람교와 그 신도들인 무슬림에 대해 이같이 이해하면서 그들을 존중한다고 밝힙니다. 역사적으로는 여러 세기에 걸쳐 적지 않은 불목과 적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의회 교부들은 "과거를 잊어버리고 서로 이해하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며 온 인류를 위하여 사회 정의와 도덕 가치, 평화와 자유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증진하기를 모든 사람에게 권고한다"(3항)고 밝힙니다.
 
 ◇유다교(4항)
 유다교에 대해서는 신약의 하느님 백성인 교회와 구약의 하느님 백성인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밀접한 유대를 맺고 있다고 밝히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선언은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이 종살이 땅에서 탈출한 사건은 "교회의 구원을 신비롭게 예표한 것"이라고 공언합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로마 11,17-24 참조)을 원용해 "이방인들의 야생 올리브나무 가지가 접목된 좋은 올리브나무 뿌리에서 자라고 있음을 잊을 수 없다"(4항)고 말합니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은 올리브나무에, 신약의 교회는 그 올리브나무에 접목된 야생 올리브나무 가지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교회의 토대이며 기둥인 사도들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한 초기 제자들 대부분이 유다 백성에서 태어났음을 기억하고 있다"(4항)고 선언은 밝힙니다.

 그리스도인과 유다인의 정신적 공동 유산이 이렇듯 크기에 "특히 성서와 신학 연구 그리고 형제적 대화에서 얻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고 권장하고자 한다"(4항)고 선언은 밝힙니다.
 이런 공동 유산에 대한 강조와 함께 선언이 유다교에 대해 특별히 환기시키는 것은 바로 유다인을 박해하고 배격하는 반유다주의의 청산입니다. "교회는 유다인들과 공유하고 있는 유산을 기억하며,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종교적이고 복음적인 사랑에서, 언제 누가 자행되든 유다인들에 대한 온갖 박해와 증오와 반유다주의 시위를 통탄한다"(4항)고 선언은 언명합니다.

 이와 관련, 선언은 1유다인 지도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그리스도의 죽음을 강
요했지만 당시에 살고 있던 모든 유다인에게 그리스도 수난의 책임을 차별없이 지우거나 오늘날의 유다인들에게 물어서는 안 되며 2유다인들을 하느님께 버림받고 저주받은 백성인 것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교회는 누구에 대해서든 모든 박해를 배격한다고 선언은 천명합니다.
 
 ◇보편적 형제애(5항)
 선언은 이슬람교와 유다교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이같이 밝힌 후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라도 형제로 대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결코 하느님을 모든 사람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5항)며 보편적 형제애를 강조합니다.

 선언은 "인종이나 피부색, 신분이나 종교를 이유로 한 온갖 인간 차별과 박해는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배척한다고 밝히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힘 닿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냄으로써 참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되기를"(5항)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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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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