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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0) 내게 깨달음을 준 통곡소리

오늘은 나, 내일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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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아는 분의 어머님께서 선종하시어, 어느 병원 장례식장에 문상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분 어머님 연세가 70세 정도 되셨는데,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신 모습이 생각나서 그랬는지, 그분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없는 곳으로 가셨기에 잘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그분 어머니를 천국 본향으로 데려가셨다는 확신을 갖고 연도를 바치고 미사도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분 어머님이 대접해 주는 이승의 마지막 식사라는 생각으로 늦은 저녁을 한 번 더 먹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내가 있던 빈소 맞은편 빈소 에서 너무나도 슬픈 통곡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여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돌아가신 분 사진이나 나이가 젊으신 것을 볼 때 그분의 어머님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오셨는지, 맨발인 채 머리는 산발이 되었으며, 영정 사진을 부둥켜안고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에 대한 한풀이를 해주는 듯하였습니다. 가만, 가만히 들어보니,

“어어엉…, 어어엉…, 살기가… 그렇게도… 힘들…었…니….”

거의 10여 분 정도, 자식 잃은 어머니들의 통곡이 그 자체로 명창의 소리를 능가하듯, 그렇게 슬퍼도 너무 슬픈 울음의 곡소리 가락이 되풀이 되며 들렸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프고 애절하고 안쓰럽고 그리고 한탄스러운 소리로, 자녀의 못다한 삶이 아쉬워 그 자녀 대신 그리도 구슬프게 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다음 그 어머니는 이 모진 세상 편안히 떠나가라고, 그 어머니는 자녀가 못다 살은 나머지 인생을 대신 살아주기를 결심한 듯, 스스로 자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며, 그렇게 울음을 울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모든 분들이나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저의 마음 또한 먹먹해 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는 순서있게 오지만, 떠날 때는 순서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죽게 됩니다. 아는 분의 어머니나 방금 곡소리로 알게 된 젊은 분이나, 그리고 어제고 오늘이고 또한 내일에도 역시 누군가는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슬픔은 그 표현 방식은 달라도 느낌은 하나같이 구슬프고 애절합니다.

동시에 나 또한 언젠가는 맞게 될 죽음 앞에, 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죽음 앞에 행여 많은 분들이 이승의 영원한 이별의 눈물을 흘려줄 때, 눈물이 결코 눈물로만 남지 않도록 함께 기쁨으로 영원히 만날 수 있는 그날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날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서럽고 가슴 아픈 통곡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지금 살고 있는 내가 보다 좋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건, 마음 안에 비슷한 감정이 배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죽음 앞에 통곡소리를 만나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같은 정서를 가져서 그런가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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