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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4) 하느님의 상상력 ②

부족한 우리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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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옳다고 정해 놓은 ‘고정 관념’과 지금 눈에 보이는 ‘완전하고 완벽한 모습’이 일치할 때만이 제대로 된 형상이라 생각하는 수녀님과는 달리 그 어린 조카는 지금 보여지는 자갈의 모습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며 기뻐하였던 것입니다. 자갈이 구르면서 생긴 흔적이나 상처, 혹은 부서지고 깨어진 것이 오랜 시간 서로 부대끼며 깎아진 자그마한 자국 하나만 가지고도 새로운 형상을 발견한 조카는, 생명없는 그 모든 자갈 속에 수억 년 간직되어온 듯한 형상을 순수한 마음과 상상력으로 찾아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순진한 아이의 마음’이고 그것이 ‘순수한 어린이의 생각’이며 결국 그것이야 말로 ‘어린이와 같이 되라’ 하신, 즉 어린이의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의 깊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모습의 사람에 대해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 ‘인생에 유익을 주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살면서 그들과 지낼 때 유익하기에 그들을 더욱 더 선호하게 되고, 늘 주변에 그런 사람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거기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안전함에 젖어 지내게 됩니다. 그것은 결국 자신 안에 ‘좋은 사람’에 대한 완고하고 견고한 편견의 잣대를 만들어, 그 잣대가 관계의 기준이 되어 만나는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단정지어 버립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자신의 잣대로 자신의 틀로 볼 때 ‘좋은 사람’의 기준에 못 미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면, 이내 곧 ‘그 사람은 이래서 미성숙한 사람이야’ 혹은 ‘그 사람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직 사람이 덜 되었어’하면서 그들을 밀어내거나, 혹은 마음 한 켠 변두리 자리에 두고 내치고자 합니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잣대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 조금만 부족해 보이고 조금만 모자라게 보이면 왠지 손해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내치거나 거리를 두거나 혹은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렇게 내친 사람들 중에서 나로 인해 더욱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 분명 있었을 터인데…. 마음 속 잣대로 인해 부족해 보이는 그들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서둘러 마음을 접다보니, 그들이 성장하는 시간조차 온전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특히 부족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자그마한 특징 하나가 인정과 격려와 지지로 인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위해 결코 손을 내밀어 주지 않으며….

하지만 하느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부족하고 그저 나약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내치시지 않으십니다. 또한 현재 우리가 미성숙하다고 사람이 덜 되었다고 틀리거나 잘못되었다고 평가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아이의 눈에 비친 그 상상력 이상으로 우리 각자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서서히 천천히 그 이상으로 바라보아 주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우리 안에 놓아두신 희망을 스스로 기뻐하며, 우리를 하느님 당신의 상상력으로 바라보아 주십니다. 그게 참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게 나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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