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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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18) 내부순환도로에서 만난 하느님 ②

하느님께서 주시는 무상(無償)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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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내부순환도로를 잘 달릴 것 같은 차가 퇴근 시간 꽉 막힌 도로 한 가운데 멈추어 서버렸으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상황이 너무나도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당황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수도원에 전화를 해서 지금의 상황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안내실 담당 수사님은 태연하게 “아무 일도 아니니, 괜찮다”며,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서, 전화하면 알아서 다 해 줄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고마운 진실’을 말해 주었습니다. 나에게는 중대한 상황인데, ‘아무 일 아니며,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그 말에 평정을 되찾고, 이어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간단한 차량 조회를 한 후 사고 처리를 곧 해 줄 테니, 편안하게 차 안에 있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편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들의 운전자 및 탑승자들 모두의 입모양을 보니 안되겠다 싶어, ‘여러분, 나도 갑작스런 차량 멈춤에 무척 당황스럽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고장 난 차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뒷문을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열린 뒷문 앞에서 견인차를 기다리며 추운 겨울 저녁 시간을 ‘덜덜’ 떨면서 서있었습니다.

순간 ‘보험은 이런 일 때문에 미리 가입을 해 두는 것이구나!’하는 생각과 ‘조금만 더 철저하게 준비를 잘하면 이런 일들은 대비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내 자신을 꾸짖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30분 즈음 막히는 차량 사이를 뚫고, 기다리는 견인차가 왔고, 멈춘 차를 끌고 가장 가까운 내부순환도로 출구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근처 주유소에 차를 내려다 주었습니다. 거기서 기름을 넣고 차량 시동 소리를 확인하는 순간, ‘아, 하느님, 진정 감사합니다!’라는 감탄어린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짧은 시간 묵상을 통해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선행 실천을 했기에 내 일이 앞으로 순탄하기만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습니다.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삶, 하느님은 오로지 내 편이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욕심이었습니다. 지금 고통 중에서 자기 자신만을 책망하는 것,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 좋은 삶을 살았는데도 ‘불행과 슬픔과 절망’이 있다면 푹, 주저앉지 말아야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의 좋은 삶을 보시고, 우리가 불행함에서 일어설 힘을, 슬픔과 절망에서 기쁨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곁에 두셨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눈을 이웃에서 돌리면 보이게끔 말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기쁨과 희망은 무상(無償)의 선물임을 다시금 체험하게 됩니다. 편리한 보험제도 역시 유료이자, 돈 낸 만큼 받은 서비스지만, 우리를 향한 그 분의 마음은 온통 무상이라는 사실입니다. 불행에 사로잡힌 나에게 수도원 안내보는 형제의 입을 통해 ‘아무 일도 아니니 괜찮다’는 위로를 듣고 그 불행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듯이, 하느님은 ‘불행, 슬픔, 절망’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나다, 놀라지 마라, 두려워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하시며, 위로의 손길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걸 깨닫도록 이끌어 주는 존재는 바로 이웃을 향한 선함과 나눔의 꾸준한 실천입니다. 결국 그것이 하느님 그 분의 무상성을 체험하게 해 줍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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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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