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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408. 의존 욕구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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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제 주변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어떤 때는 자매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얼굴이 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어디론가 피신을 하다가 오는 것 같은데, 그 자매에게 ‘살기 얼마나 힘드냐?’ ‘남편이 나빴다’고 말하면 오히려 남편을 두둔하면서 “원래 착한 사람인데 살기가 힘들어 그러는 것”이라며 감싸고 돕니다. 그 자매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러는 것인가요.



답 :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두드러진 것은 ‘의존 욕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정신분석가 프리다 프롬 라이히만(Frieda Fromm Reichmann)은 이를 두고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것이 사람에 대한 애정 욕구를 강화하고 그 결과 다른 사람에 대한 심한 의존심리를 낳는다”고 말합니다. 그 자매님은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남편에게 기대했고, 남편이 일정 부분 채워줘 남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폭행을 당해도 의존 욕구를 채워줄 다른 대상이 없기에 감수하고 남편을 억지로 이해하려는 병적인 상태에 놓인 것입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은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것을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 안에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기대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선뜻 결혼하고 폭행을 당해도 참고 사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어머니와의 병적인 관계가 문제일듯싶습니다. 대개 폭력적인 가정환경을 감수하고 사는 주부들 상당수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남편에 대해 불만이 많은 주부는 아들이 아니라 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접 딸을 비난하거나 혹은 너 때문에 속상하다는 식으로 울음을 터뜨려 딸들의 마음을 위축되게 만드는 것인데, 문제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본 딸들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책하거나 아주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무리한 삶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성향은 어른이 돼서도 여전해서 남편이 폭력적임에도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얻어맞아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천주교 신자인데 어떻게 헤어져요”라거나 혹은 “저 남자는 제가 없으면 하루도 못 사는 사람이에요”하면서 말도 안 되는 연민을 보이는 것은 바로 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인한 병리적 상태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치유를 해야 하는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현실을 직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명확히 보고 심리적으로 분리돼야 하는데,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혼자서는 그런 분리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슴 아픈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엄마에게 끌려다니면서 종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가끔 성당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간혹 본당 신부님 중에 신자를 심하게 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신자들은 그로 인해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습니다. 사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을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심리적인 억압을 하거나 심지어 믿음이 약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희생도 신앙심도 아닌 의존 심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때에는 자신이 왜 감정적인 분리가 안 되는지 왜 자기 인생을 스스로 불행하게 만드는지 자문자답을 해야 하고 혼자서 힘든 경우 상담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기도’라는 시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 앞에 많은 말이 필요 없겠지요 하느님 / 그래도 기쁠 때엔 말이 좀 더 많아지고 슬플 때엔 말이 적어집니다 / 어쩌다 한 번씩 마음의 문 크게 열고 큰소리로 웃어보는 것 가슴 밑바닥까지 강물이 넘치도록 울어보는 것 / 이 또한 아름다운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믿어도 괜찮겠지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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