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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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420. 저는 비겁한 신부인가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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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사제가 된 지 10년이 넘은 신부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마음이 많이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제직의 한계를 느껴서 힘듭니다. 신자분들 중에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한 분들이 와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저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절망에 빠진 신자가 하소연할 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기도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저 자신이 왠지 비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답 : 아마도 사제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분들은 거의 다 신부님과 같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신부님의 연배에 이르러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개인적인 흔들림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어떤 것에 흔들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의 흔들림은 그냥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사제 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유혹들을 다 거침없이 물리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님께서도 광야에서 유혹에 시달리셨고 수많은 수도자가 유혹과의 영적 투쟁으로 평생을 보냈는데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비유로 말하자면 바다에 항해하는 배 중에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배는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유혹에 흔들림의 크기가 다른 것은 배 중에서 아주 큰 배가 있는가 하면 그리 크지 않은 배들도 있듯이 사람 마음도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유혹에 흔들림을 당하는 크기가 다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베드로 사도가 그러하셨듯, 주님 앞에서 우리의 약함을 고백하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삶, 약한 자의 삶을 살아야 하고 내 약점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지 완전히 흔들림이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교우분들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은 사제직에 대한 오해에서 오는 것입니다. 사제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며 정신과 의사분들의 영역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자리에 머무는 사람입니다. 가끔 정신과 의사들이 진정한 치유자가 아니냐 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자기 삶에 대한 소신 부족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신과는 환자의 특정한 정신적 문제를 치유하는 곳이지만, 사제는 신자분들의 일생 전체에 걸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신자분들이 문제가 생겨 기도를 청하고 싶을 때 정신과를 찾겠습니까? 정신적 문제를 가진 분이 오시면 좋은 병원을 소개하고 기도하는 것이 사제의 자리입니다. 사제 자신이 나서서 정신과적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더욱이 사제는 ‘공동체의 영성을 이끌고 돌보는 공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에 특정 개인의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사제의 자리가 아니니 그런 무력감은 쓸데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요즘처럼 정신과 의사와 상담가가 늘어나는 시대에 사제직이 무용지물이 돼 가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 역시 사제 생활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데서 오는 것입니다. 어느 가정이든 가장이 있듯이 어떤 사회이든 어른의 자리가 필요합니다. 사회가 물질주의, 개인주의의 물살에 정신없이 휩쓸려 들어가고 윤리 의식이 희박해져서 사람이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악한 풍조를 막을 사람은 사제와 수도자들처럼 개인의 욕망을 포기하고 공동체를 위한 사람들뿐입니다.

비록 사제들이 사회 사람들보다 속말로 스펙이 모자란다더라도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은 개인보다, 자기 가정보다 사회 공동체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일반 사람 중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들 가정을 꾸리고 자기 인생 살기 바쁘기에 사제들처럼 가정을 포기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제 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도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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