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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십시일반

노중호 신부(수원교구 서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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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어린 초보 사목자이지만, 인사이동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어렵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을 하기가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요? 그리고 새 임지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왜 이렇게 설레는지요? 전임 신부님께서 해 오신 일들을 바꾸지 않고 반 년 이상은 그대로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사목이라는 선배 신부님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전임 신부님께서 산악회를 창설하신 직후 인사이동이라 저는 그대로 산악회를 따라 일자산에 올랐습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산이 평평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점심때 올라간 산행이라 배고픔이 밀려왔습니다. 산 중턱에서 하나둘 배낭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교우들의 이 말씀을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드셔 보세요~.” 서로가 그렇게 나누니 배고픈 교우들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전해지듯 초대교회 모습이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200여 년 전 굶주리며 모진 박해 속에서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던 교우촌의 모습도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신부님, 큰 본당에 있다가 작은 본당으로 오셔서 어떡해요?”, “신부님, 저희는 가난해요.” 첫 주일 미사 때, 교우들이 저에게 계속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갑작스러워서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작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천상 잔치에 초대를 받고 나눌 줄 알기 때문입니다. 꿈과 이상 속에서만 떠도는 초대교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복음을 품고 사는 사도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오가작통법으로 서로를 밀고하는 헐뜯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옹기그릇이 되어 맛깔진 음식을 나누고, 참숯이 되어 따뜻함을 전하는 신앙 선조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 이뤄지기를 바라며 산행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우리 앞에 절벽 같은 험난한 산이 다가와도, 우리의 친교와 사랑으로 오늘 우리가 서로 의지하며 걸었기에 평평한 일자산으로 변모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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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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