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 현장에서] 한여름의 산타클로스

노중호 신부(수원교구 서부본당 주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늘 불평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작은 것, 소소한 일상 안에 감사함을 발견하며 사신다면 하느님 나라에 멀리 떨어진 삶이 아닐 것입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볼까요?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답이 망설여지시나요? 있다고 대답하면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아직도 어리석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시나요?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세상살이에 파묻혀 살면서 동심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게 되기 때문일까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있습니다.

저희 본당 같은 경우는 한여름에도 산타클로스가 오십니다. 행복한 미사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문을 열어야 하는 순간, 저는 한참 동안 문 앞에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먹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과 넉넉한 마음을 배우고 또 배우게 되는 순간이어서 큰 선물이 도착하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쪽지 하나 남겨 있지 않기에 어느 분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교우분의 수줍음이 전해집니다. 가지, 오이, 상추…. 일 년 내내 귀하고 귀하게 자식처럼 농사지은 것을 이렇게 조용히 사제관 문 앞에 놓고 가십니다.

너무나도 황송하고 감사해 대문 앞에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보고만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내가 이렇게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신부님께서는 “가져오지 마세요”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철부지 어린 시절 성탄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를 회상합니다. 그때 저 자신의 자격을 요리조리 따지고,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나’라고 산란하게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마냥 기쁨에 넘쳤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러하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무명(?)의 의인을 기억하며 미사와 기도 안에 감사함을 전하려고 합니다. 제가 산타클로스를 만났듯이 추운 겨울만이 아니라 한여름에도 계속해서 서로가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마태 11,26).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7-2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갈라 2장 20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