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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11년 차 신부의 첫 본당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마석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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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신부인 나는 지금 남양주 화도읍에 위치한 마석성당에 있다. 주임 신부로 부임한 첫 본당이다.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청소년과 교리교사, 부모와 어르신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을 더 잘한다, 못한다 말하기보다는 신자들을 이해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했다는 사실만 남은 것 같다.

마석본당에서 교회 안에서 의미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일로 커피를 생각해보았다. 요즘 웬만한 큰 성당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거나 위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석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방에 노란색 믹스커피를 넣어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신자들에게도 좋은 것을 먹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믹스커피이지만 뜨거운 김을 후후 불어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커피는 한국에서 매우 흔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젊은 층만 선호하는 기호식품인 ‘아메리카노’는 노인층이 주를 이루는 우리 본당에서는 어찌 보면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음료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커피’에 주목하기보다는 뜨거운 믹스커피로 한데 모여 담소의 시간을 가지는 본당 어르신들의 모습을 더욱 도와드리고 싶었다. 최소한의 자금을 들여, 가지고 있던 장비를 모아서 만남의 방에 카페를 만들었다. 봉사자들도 교육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다른 연령대에서도 뜻밖에 인기가 높아졌다.

할아버지들께서는 커피 머신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다가 여전히 믹스커피를 타서 드시지만, 어느덧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가 한데 어울려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만남의 방이라는 공간이 믹스커피든 아메리카노든, 노인이든 젊은 계층이든 함께 어울려 머무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확실하다.

마석본당에서는 모든 커피가 공짜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서로의 마음과 신앙고백을 나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교회가 되리라 희망한다. 청소년을 이해하고, 교사를 이해하고, 부모와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커피를 얼마나 더 마셔야 할지 모르겠지만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즐거운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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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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