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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수녀 엄마

류경애 수녀(성안나유치원 원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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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나고 유치원 놀이터에 가보니 한 할머니와 손자가 실랑이하고 있었다. 아이 옆에 계신 본당 수녀님이 “유치원 수녀님이세요”라고 하자 할머니가 “우리 정이 좀 봐주세요. 아이 엄마가 병원에 있어서 가봐야 하거든요”라며 다짜고짜 정이를 내 손에 맡긴 채 사라졌다. 울다 지친 정이와 한참을 마당에 있다가 결국 둘러업었다.

처음에는 버둥대던 정이는 점점 내 등에 몸을 맡겼다. “둥개둥개~둥개야~” 하면서 마당을 돌면서 노래를 불러주자 정이의 몸이 따뜻해졌다. 진정이 된 것 같아 아이를 내려놓고 모래놀이터로 가서 함께 모래를 파면서 놀았다.

그후 정이는 유치원에 오면 내 앞치마를 잡고 졸졸 따라다녔다. 일주일쯤 지나서 미끄럼틀에서 놀던 정이가 “저기 비가 와. 응? 비가 온다고”라고 청아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정이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반가워 “그렇구나! 비가 오는구나”라고 말했다. 정이가 가리킨 곳에는 산 위로 먹구름이 덮여 있었다.

잠시 후 정이는 “비가 오면 엄마도 울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얼른 미끄럼틀에서 정이를 내려 품에 안았다. “엄마가 왜 울까,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라고 하자 아이는 “정이 보고 싶다고…”라고 했다. “그래, 정이도 엄마가 보고 싶구나!”라고 하자 “응” 하면서 나를 쳐다보고 눈을 맞추었다.

성탄절 즈음 정이가 외국에 계신 삼촌 집으로 동생과 함께 이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이 할머니는 공항에서 정이가 “수녀님 엄마는 안 오셨어요?” 하고 물어봤다고 전해줬다.

정이 할머니가 물었다. “수녀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자식을 키우고 싶지 않으셔요?”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자식이 천 명이 넘는걸요. 저와 함께 지낸 아이들이 다 제 자식이에요.” 말하고 나니 문득 ‘내가 자식이 많기는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내 자녀와 그들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한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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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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