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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오빠 공을 뺏은 여자 아이

류경애 수녀(청주 성안나유치원 원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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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놀이터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7살 명진이와 6살 동이가 공놀이를 하다가 싸움이 난 것이다. 한 살 어린 친구에게 발차기를 맞고 공을 뺏긴 명진이는 마당에 누워 울면서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귀가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데리러 온 명진이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우리 아이는 심리적으로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인데 누가 내 아들을 건드리려 상처를 주는 거예요!” 눈치 없는 동이는 자기를 데리러 온 엄마에게 “내가 오빠 공을 발로 차서 빼앗았다”고 자랑 섞인 목소리로 말하면서 뛰어갔다.

아이들의 다툼이 엄마들의 신경전으로 바뀌고 있었다. 명진이와 동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유치원 안으로 들어왔다. 동이에게 물었다. “수녀님은 깜짝 놀랐어요. 명진이 오빠가 동이 발에 맞아서 마당에 누워 있어서 혹시 오빠가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됐어요.” 동이는 그제야 미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라고 묻자 “오빠가 혼자 공을 들고 다녔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랬구나, 공을 함께 차고 놀아야 하는데 혼자 들고 있었구나!”라고 말하고 옆에 있는 엄마들을 바라보았다. 엄마들도 감정이 가라앉았는지 아이들을 더 나무라지 않았다. 명진이 엄마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명진이 어머니, 아까 애착 관계를 말씀하시면서 아들을 귀하게 키우셨다고 했는데, 며느리도 애착 관계 형성이 잘된 귀한 며느리로 찾아주셔야겠는데요”라고 말하자 두 엄마 모두 깔깔깔 웃었다. 명진이 엄마는 “아이고 수녀님, 그걸 기억하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하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다시 나갔다.

요즘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활동적이면서 과감한 여자아이, 세심하면서도 새초롬한 남자아이가 서로 어울리면서 생기는 일들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 가치관과는 반대로 자라는 아이들. 이들을 기르는 엄마들을 보면 “힘내세요. 주님이 계시잖아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주님, 힘을 주소서. 부모 되는 길에 당신의 지혜가 없으면 안 됩니다. 우리 모두 마음 따뜻한 부모가 되어 소중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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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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