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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밥알을 어떻게 쏴요?”

류경애 수녀(청주 성안나유치원 원장, 한국순교복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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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월요일. 상현이가 할머니 손에 매달린 채 가방을 질질 끌고 유치원에 왔다. 나를 보고 달려오는 상현이를 안아주자 “어제 우리 할머니가 저한테 ‘너는 동생이 왔으니 이젠 찬밥이야’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새로 태어난 동생이 엄마와 함께 병원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 상현이는 정말 풀이 죽은 찬밥 모습이었다.

성경에서도 인생의 고통은 형제의 난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을 정도니 아이의 마음은 오죽할까. 엄마한테는 동생을 잘 돌보겠다고 하였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 말씀으로는 동생이 오기 전에 상현이가 자기가 쓰던 장난감을 다 치워달라고 했단다. 엄마 아빠에게 받은 사랑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의 표시이다. 이런 유아들에게는 말 한마디에도 사랑과 관심을 더욱 쏟아야 한다.

이날 교실에 들어가 동화를 읽어주는데 한 아이가 “수녀님, 우리 집에 오셔요” 하고 말했다. 옆에 있는 아이도 “우리 집에 오셔요” 하자 반에서 키가 가장 큰 명준이가 “수녀님, 우리 집에 오시면 우리 엄마가 밥 쏜대요!”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래? 수녀님이 너희 집에 가면 엄마가 밥을 쏜다고?” 하자 옆에 있던 성희가 “밥을 쏜대~” 하면서 깔깔깔 넘어가면서 웃는다. “어떻게 총에다 밥알을 넣고 쏴?”하고 덧붙이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쏜다’는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내가 명준이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라고 하자 명준이가 “수녀님 오시면 우리 엄마가 밥을 사신다고요”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이 시기의 유아들은 곱고 예쁜 이야길 많이 하고 들어야 한다. 행복한 말, 따스한 말을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듣고 클 때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영유아기는 엄마의 말과 아빠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시기다. 이때 배운 언어가 평생을 좌우한다. 긍정적인 말과 사랑을 실천하는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주님! 당신 말씀이 최고인데 저와 부모님과 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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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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