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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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4) 우리가 먼저 미혼모를 품자

생명 지킨 이들에게 격려와 사랑 건네는 사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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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는 삶의 위기에 처한 연약한 생명을 돌보는 데 나서야 한다. 사진은 미혼모 대안학교 자오나학교에서 미혼모의 아이를 돌봐주는 수녀와 봉사자들 모습.


“사랑하는 것만이 답이에요. 미혼모들을 단죄하기보다 이 시간까지 걸어오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아주는 거죠. 낙태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이라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기들이 너무 예뻐요.” (모니카의 집 시설장 이미숙 수녀)

12월 20일. 인천시 중구 우현로에 있는 인천 자모원(원장 김경순)에 인천교구 내 미혼모 및 한부모시설의 시설장 6명이 모였다. 자모원 원장만 빼고 모두 수도자다. 한 해를 마감하고, 내년 사업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미혼모, 미혼부를 향해 사회에서는 ‘불쌍하다 철이 없다 쟤네 사고 쳐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말하는데 생명을 책임지는거 보면 대단합니다. 나 같으면 못 해요.”
 

부자공동생활가정 ‘사베리오의 집’ 시설장인 정동구(가브리엘,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수사는 “교회가 생명수호운동을 하지만 교리상으로 ‘피임하지 마라’ ‘낙태하지 말라’고만 했다”며 “교회는 정말 생명을 기르기로 결단한 미혼모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가 미혼모 양산하지 않도록

미혼모들을 돌보는 수도자들이 공통으로 발견하는 아픔이 있다. 미혼모에게 ‘미혼모 엄마’가 있는 경우다. “미혼모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대물림되고 답습됩니다. 대물림을 끊으려면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바뀌어야 해요. 미혼모 중에는 자신의 엄마한테서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 말 한마디(만 들으)면 된다’는 친구도 있어요.”(모니카의 집 이미숙 수녀)
 

교회가 미혼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가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심어주고, 불우한 가정환경의 대물림을 끊어주는 일이다. 상처를 치유해주고 자아존중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시설장 수도자들은 또 교회 내에 ‘미혼모(부) 및 한부모시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현장에서 위기의 생명을 돌보는 이들이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 전반에 생명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


제도권 밖의 ‘위기의 생명’ 돌봐야
 

미혼모 중에는 혼인신고 기록이 남아 있는 이들도 있다. 혼인 전 임신이 됐는데 혼인을 하자마자 헤어졌거나, 임신이 된 상태에서 이혼소송에 들어간 경우다. 미혼모자 시설의 입소 자격은 ‘미혼의 임산부’ 혹은 ‘2세 미만의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로 지정돼 있어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시설에는 입소할 수 없다.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시설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런 시설은 많지 않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생명의 집’ 원장 김소영 수녀는 “이혼소송도 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하는 남편을 피해 나와 있는 여성들이 많다”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 없다는 이유로 위기의 산모들을 받아줄 수 없어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 나라에서 임신했으면 이 나라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길거리에서 아이를 낳아야 합니까?” 김 수녀는 “정부 보조금이 아닌 후원금으로 운영할 테니 임신한 불법체류자나 국적이 없는 이주 여성들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수녀에 따르면, 최근 성빈센트병원에서 국적이 없는 필리핀 이주여성이 제왕절개로 출산했는데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 10일 입원을 했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이주여성에게 청구된 병원비는 350만 원이었다. 병원에서 70를 감면해준 비용이다. 병원비가 1000만 원 넘게 나온 셈이다. 최근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던 태국 여성이 아이를 낳았는데 불법체류자여서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고, 결국 의정부의 한 수녀회에서 받아줬다는 후문도 있다.
 

인천 자모원 김경순(율리아) 원장은 “교회가 제도권 안에 있는 이들만 돌볼 게 아니라 일시보호시설이라도 마련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로 복지 영역을 넓혀야 한다”며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장 이상희 신부

“미혼모들은 위기 가정에서 나옵니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니 밖으로 나오고, 의지할 곳을 찾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남자를 만나는 거예요. 임신이 됩니다. 상처가 대물림됩니다. 한부모가 생기지 않게 해야지요. 교구가 미혼모와 한부모 시설을 놓지 않는 이유는 상처 치유를 통해 대물림을 끊으려는 노력입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 및 한부모 시설 현황을 보면 인천교구가 가장 많다. 교구 내에 미혼모의 출산 및 산후조리, 임시 보호를 돕는 1차 기본생활 시설과 출산 후 자립을 돕는 2차 공동생활 시설 등 6곳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혼모뿐 아니라 이혼한 한부모의 양육을 돕는 시설과 미혼부 시설도 있다.

인천가톨릭사회복지회장 이상희<사진> 신부는 “교회가 미혼모를 지원할 때 단순히 우윳값과 기저귓값을 주는 건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 불쌍하니까 도움을 준다’는 수준의 도움”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우윳값ㆍ기저귓값을 주자는 분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혼모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려면 미혼모가 사는 곳에서 같이 밥도 먹어보고, 산책도 해봐야 합니다. 임신했는데도 왜 술과 담배를 못 끊는지 알아야죠. 이해하지 못하면 돌볼 수 없습니다.”

이 신부는 “사제는 현장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은 높은 자리에서 바라만 보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과 똑같아지기 위해 현장으로 내려오셨죠. 거지가 됐고, 모욕도 당했습니다. 공감보다 더 높은 차원의 동감이 필요합니다.”

이 신부는 “교회의 복지는 거지에게 주는 적선이 아닌 카리타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리타스(caritas)’는 사랑, 애덕, 자선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현실적으로 개입해 우리가 그 당사자가 돼야 합니다. 미혼모를 돕기 위해서는 아픔이 있는 청소년,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아존중감이 없는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인천교구는 본당 사회복지회가 지역 안에서 허브 역할을 한다. 본당 사회복지가 미혼모 같은 위기에 처한 가정을 발굴해 본당 차원에서 해결이 안 되면 지구가 개입한다. 지구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교구 사회복지회가 나선다. 위기 가정이 발생했을 때 사례별로 접근해 전문가가 투입되는 체제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민간 자원을 끌어오는 데 힘을 쏟는다.

이 신부는 최근 한부모 시설 운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온 타 교구 신부에게 조언했다. “한부모 시설도 중요하지만 당장 임신한 청소년들이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 일이 없도록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먼저 생각해보세요. 그러나 수용 시설은 아닙니다. 밖에서 사람들이 봤을 때 빌라처럼 일반 가정 같은 주택을 마련해 미혼모들의 자아존중감 회복을 위한 지역의 상담 및 치료 자원과 연결해야 합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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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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