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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13)“엄마 가슴에 달아줄 거 있었는데, 안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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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유치원 안 가면 안 돼?”

어린이날을 끼고, 3일 연속 놀았던 지성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불 속에서 묻는다.

나의 뇌에서는 ‘유치원을 왜 안가? 가야지!’라는 말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말을 삼켰다.

“지성이가 유치원에 안 가고 싶구나.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

“유치원이 재미가 없어….”

“어떤 게 재미가 없어?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어?”

“내가 자세히 설명하면, 유치원에 안 가게 해줄 거야?”

자신 없는 말투로 “생각해보겠다”고는 했다.

유치원에 가면 제일 먼저 블록을 갖고 놀고 싶은데, 옷을 걸어놓고 가방을 열어서 출석카드와 수건, 양치 컵을 꺼내야 한다고 했다. 출석카드에 도장을 찍고, 수건을 걸어놔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간식을 먹고 놀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에 놀 수 있다고 했다.

놀고 싶기만 한 6살에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엄마는 설거지와 청소, 일하는 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진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대로 뱉을 순 없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다 수행해야 하는 세계를 동심 가득한 마음에 소개하고 싶진 않았다.

“지성아, 엄마도 6살 때 유치원에 너무 가기 싫은 날이 있었어. 한번은 친구랑 싸웠는데 그 친구가 미워서 안 가고 싶은 거야. 그런데 유치원에 가서 다른 친구랑 재밌게 놀게 됐어.”

지성이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심지어 웃고 있다. “엄마, 그 친구 이름이 뭐였어?” 엉뚱한 질문에 “음…, 김윤선”이라고 답했다.

“유치원에 안 가고 싶을 때 예수님한테 기도할 수 있어. 어떻게 하냐면, ‘예수님, 저는 빨리 놀고 싶어서 출석카드와 수건, 양치 컵 꺼내는 게 너무 귀찮아요. 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주세요.’ 그러면 예수님이 옆에서 도와주시는 게 느껴져.”

대화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지성이가 팽이를 돌리며 놀고 있다. 유치원에 갈 거냐고 물었다.

“응 엄마, 나 마음이 풀렸어. 유치원에 갈 거야. 근데 엄마 일찍 와야 해. 일찍 오려고 노력한다고 하지 말고, 그냥 일찍 와.”

그렇게 유치원을 향했던 지성이는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들고 집에 왔다. 또 어김없이 동생 서진이와 장난감으로 줄다리기하며 싸우다, 엄마한테 장난감을 빼앗겼다. 다시 입이 뾰로통해졌다.

“내가 아침에 엄마 가슴에 달아줄 거 있었는데 안 달아 줄 거야. 그게 뭔지 알려주지도 않을 거야.”

초보 엄마인 나는 달래고 달래서 카네이션을 구걸해 받아냈다. 2019년 봄, 카네이션은 이렇게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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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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