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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15) 아이의 응가를 보며 박수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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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3), 투(2), 원(1)~ 고 슛!”

퇴근 후 지성이와 팽이 놀이를 할 때 구호는 아니지만, 구호 같은 이 말을 외치게 되는데, 아이는 이 시간을 가장 행복해한다. 옆에서 아빠가 “네, 가장 잘생긴 김지성과 응가를 잘하는 이지혜의 마지막 대결입니다” 하고 추임새라도 넣어주면 행복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른다.

엄마가 된 지 딱 5년이 됐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을 맞아들이며, 내 삶을 견고히 지키고 있던 삶의 형태와 뼈대를 지속적으로 변형시켜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얼마 전, 유치원 엄마들과 숲과 모래놀이터가 있는 인천의 작은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했다.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이런 곳을 왔을까?” “이런 곳을 왜 와?” 모두 “우리는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탯줄을 끊고 내 품에 안겨 잘 성장해온 것이 나의 헌신과 노력,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사실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내 뜻대로 온 것이 아닌 주어진 선물이었다. 아이가 뛰논 흙바닥과 볼을 스친 바람과 태양, 시간이 아이를 키웠다. 하느님은 그저 희생과 환희, 고통을 거름으로 쓰셨을 뿐이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는 눈부신 과정들을 볼 기회도 주셨다.

내 따뜻한 자궁에서 두 번째로 나온 서진이를 본다. 작고 도톰한 입술로 ‘엄마’ ‘아빠’ ‘바보’ ‘메롱’만 할 줄 아는 둘째는 모든 것에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주장하는 지성이와는 아직 많이 다르다.

“서진아, 이제 쉬하고 응가는 기저귀에 하지 말고, 변기에 하자!” 다 알아듣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변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엉아, 엉아?” “응, 이제 형이 하는 변기에 하자~.”

변기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 서진이는 바지에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휴대용 유아 변기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실수에 실수를 거듭해 이곳저곳에 영역 표시를 하던 서진이는 쉬가 마려운 순간을 잘 포착했고, 드디어 제때에 변기에 앉았다.

형과 아빠, 엄마가 변기에 앉은 서진이를 주시하자 서진이는 ‘저기로 가라’는 손짓을 보낸다. 우리 셋은 문 뒤에 서서 서진이를 몰래 지켜봤다. 지성이가 킥킥거린다. “엄마, 서진이 진짜 응가 하나 봐! 엄마 근데 서진이가 응가를 만져! 으아악.”

서진이는 변기에서 내려와 자신의 응가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웃었다. 두 손으로 크다는 시늉도 보인다. 우리는 모두 응가를 보며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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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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