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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박해에도 지켜낸 일본 천주교회, 렌즈에 담다

재일교포 사진작가 서영일씨...박해시절 신자들이 지은 성당 등순교 정신 담은 사진 3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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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일교포 사진작가 서영일씨가 사진전 ‘겨울 장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천주교회에도 안타까운 박해 역사가 있다. 박해를 피해 산속에 숨어 살던 이들은 ‘가쿠레 키리시탄(잠복 크리스찬)’이라 불렸다. 키리시탄들은 낮에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밤에는 산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생을 이었다. 이 오랜 신앙 선조들은 섬 곳곳에 손수 벽돌을 올려 성당을 지었다.

이러한 여러 성당을 2년여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낸 이가 있다. 재일교포 사진작가인 서영일(아가타)씨다. 서씨는 나가사키와 고토 열도, 소토메 지역의 성당을 찍은 사진 30점을 사진전 ‘겨울 장미’를 통해 전시하고 있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야키자키교회, 구고륜교회부터 수수한 모습으로 마을 한 편에 서 있는 다카이타비교회 등이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전시명 ‘겨울 장미’는 동백꽃에 비유해 지었다. 동백꽃은 고토 열도의 상징이다. 붉은빛을 머금은 동백꽃은 이 지역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씨는 “피를 흘리며 순교한 신앙 선조들이 마치 빨갛게 피었다가 고개 숙이는 동백꽃의 모습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씨는 소박하게 지어진 성당들을 방문하면서 느낀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틈틈이 키리시탄 후손들의 집에 머물며 전해 내려오는 박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여운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찍힌 그의 사진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서씨는 “산속 깊은 곳에 가정집보다 작게 지어진 성당들을 보면서 당시 신앙 선조들이 어떠한 삶을 지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며 “모진 박해를 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키고자 한 그들의 버팀목이 무엇이었을까 깊게 묵상하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느리지만 차분히 완성한 이번 전시는 서씨의 신앙생활과도 닮아 있다. 재일교포인 남편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간 후, 그는 신앙생활을 꾸준히 이어왔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시작한 성경 필사는 17년간 꾸준히 이어온 끝에 최근에야 완필했다.

“쉽게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 늘 주님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어요. 활활 타오르지 않더라도 계속 이어가야 하는 게 신앙이니까요.”

서씨의 이번 전시는 5월 1일까지 서울 중구 퇴계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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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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