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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3) 그린북

사회 편견과 부조리에 맞선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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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린북’ 스틸컷.



영화 속 백인 운전기사와 흑인 피아니스트의 특별한 우정을 보며 무의식 속에 흑인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영화 도입 부분에 등장하는 흑인 피아니스트가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스포츠나 재즈와 춤이 아닌 클래식 피아니스트 이미지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어느샌가 주인공을 ‘흑인 셜리’에서 ‘셜리 박사’라고 부르는 자신을 인식하게 됐다.
 

영화 배경은 흑백차별 갈등의 정점인 1962년. 두 사람이 재즈 발상지인 뉴올리언스와 블루스를 낳은 멤피스, 컨트리뮤직과 프라이드 치킨의 원조인 켄터키 등 미국 흑인들의 차별과 고난의 역사가 있는 미 남부 지방을 순회공연하며 겪는 로드무비이다.
 

셜리 박사는 백인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인들과 어울릴 수도, 그렇다고 흑인 그룹에 속할 수도 없는 독특한 상황에 부닥친다. 따라서 그는 당시 흑인들이 겪는 차별과 편견 외에 외로움까지도 견뎌야 했다. 셜리 박사는 남부의 지식인 백인들을 위한 순회공연을 계획한다. 백인들은 피아니스트인 그를 환영하지만, 무대 위에서 내려오면 숙소·식당·화장실까지 따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거기에 셜리 박사의 투어를 돕고자 8주간 고용된 토니가 있다.
 

토니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의 백인 노동자다.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소외된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흑인에 대한 편견은 심하다. 그런 그가 흑인 상사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를 선택한 이유는 오직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두 남성이 자동차라는 공간에 있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인간적인 교류가 형성된다. 그들의 목적은 남부의 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는 것. 셜리 박사가 겪는 모욕과 수모를 보며 토니는 그를 돕게 되고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그린 북’은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지만, 백인인 토니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논란보다는 제작자의 수상 소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가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말에 감동하였다.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아우르고 해결하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종, 문화, 종교, 지역 등 그 어떤 것도 사랑이 있으면 차별 없는 세계가 올 것이라 믿는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이 영화의 마무리 메시지라고 생각해 인용해 본다. “인간의 사악한 마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랑입니다. 항구한 사랑, 조건없는 사랑, 목숨까지 바치는 사랑 앞에서 비로소 마음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제2권 중에서)

 
▲ 이경숙 비비안나 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겸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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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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