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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어농성지 순교자 초상화 복원작업 마친 오동희 화백

“믿음의 얼굴, 내 가슴에도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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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동안 수원교구 어농성지에 전시될 순교자 초상화 작업을 진행해 온 오동희 화백은 순교자들의 얼굴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십자가를 꼭 쥔 최인길(마티아)의 두 손이, 간절하게 어딘가를 바라보는 지황(사바)의 두 눈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천주님을 향한 굳은 믿음’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초상화라고 하기에는 그림 속 주인공들이 선포하는 기쁜 소식은 너무도 생생해 놀랍다.

단순히 인물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정신까지 담고자 했던 초상화가 오동희(예비신자) 화백의 땀과 정성이 이뤄낸 성과였다. 수원교구 어농성지에 전시될 순교자들의 초상화 복원 작업에 지난 1년 간 매진해 온 오 화백을 서울 반포동 작업실에서 만나봤다.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문 UN총장, 법정 스님,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많다. 교황 바오로6세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마더 테레사 그리고 교황 프란치스코까지. 2012년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를 (재)바보의나눔에 기증하기도 했다.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천주교와는 깊은 인연을 맺어온 오 화백이었다. 여기에 순교자 초상화 복원 작업으로 또 하나의 인연이 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종교에 깊숙하게 들어가 본적이 없어요. 그런데 순교자들을 그리면서, 그들이 목숨까지 버리고 지키려고 했던 신앙의 힘을 느끼게 됐습니다. 분명히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순교자 한 명, 한 명을 그리면서 오 화백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과 신앙을 접하게 됐다. 종교가 없던 그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순교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이 그를 종교의 문 앞까지 이끌었다.

“성당에 다녀야지 되겠다 싶었어요. 친정 식구들은 대부분 천주교 신자라서 제가 예비신자 교리를 받는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40년 동안 초상화를 그려온 그에게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루카) 박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 화백 스스로도 순교자들에 대해 연구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윤우일, 주문모 신부, 최인길, 지황, 윤유오, 정광수, 윤운혜, 윤점혜 등 어농성지가 현양하는 순교자들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오 화백은 현재 모든 작업을 끝낸 상태다. 얼마 전에 마지막 작품인 최인길과 지황 순교자의 초상화도 어농성지로 보냈다. 일 년 동안의 작업에 대한 소회를 묻자 오 화백은 “많은 신자들이 이 그림을 보면서 순교자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지만 인물의 외형뿐 아니라 정신세계까지 표현하기 노력했다”며 “여덟 분의 순교자 모두 소중한 작품이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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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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