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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이 남기신 위대한 유산, 책으로 되새기자

‘시대의 양심’이자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앞두고 추기경 뜻 담긴 서적 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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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그것은 교회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1971년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 성탄 미사 강론 중)
 

 

당시 한국 사회는 어두웠다. 국민은 있지만, 주권은 없었고, 인권이나 존엄성이란 말은 꺼낼 수조차 없었다. 오직 군부의 독재 체제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세를 떨쳤다. 급기야 1971년 박정희 정권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국회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조치법까지 마련 중이었다. 이를 지켜본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의 마음 한구석은 깊게 아려왔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무릎 꿇었다. “주님, 세상이 어둡습니다. 주님, 우리는 어떻게 이 어둠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사람과 정의, 진실의 편에 섰던 참 목자요, ‘시대의 양심’이자 ‘큰 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 추기경은 왜 그토록 고뇌했을까. 서슬 퍼런 군부 독재의 탄압과 감시에 전혀 두려움은 없었을까. 진실과 정의를 향한 그의 선언과 행동은 명동대성당을 빛으로 물들였다.
 

그가 하느님 곁으로 간 지 꼭 10년이 됐다. 추기경 선종 후 교회 안팎 출판계는 수십 권의 서적을 출간해내며 ‘김수환 영성’을 정립했다. 오는 2월 16일 10주기를 앞두고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하며 겸손의 위대함까지 주고 간 김 추기경의 숭고한 뜻이 담긴 서적들을 돌아봤다.
 

두 권을 합쳐 1000쪽에 이르는 「아, 김수환 추기경」(김영사)은 김 추기경의 87년 생애를 가장 자세히 정리한 책이다. 가난한 옹기장이 막내아들의 신학교 입학부터 추기경으로서 한국 교회를 이끈 업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추기경의 삶은 ‘시대 아픔과의 싸움’이었다. 무늬만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한 한국 사회는 독재 권력 속에 신음했고,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 노동자, 농민, 외국인, 청년, 여성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김 추기경은 훗날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서 당시 교회 안팎에서 쏟아졌던 비판을 홀로 감수했던 처지도 처음 밝힌다. 그러면서도 “내 생각을 지배하는 큰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특출난 사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충실히 따르려는 데서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종 10주년을 맞아 최근 개정 출간된 「저 산 너머」(리온북스)에는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 신앙심을 키운 이야기가 동화처럼 기록돼 있다. 어린 수환이 저잣거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국화빵을 팔면서도 하늘의 천주님 뜻을 익힌 일화 등이 펼쳐져 있다.
 

김 추기경은 때마다 ‘사랑의 신학’을 설파했다. 특히 추기경의 강연 모음집 「거룩한 경청」(여백)에 잘 표현돼 있다. “교회는 어떤 누구도 소외됨이 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는 도구요, 이를 나타내는 표지여야 합니다.”, “평화는 사랑의 결실입니다. 사랑 없이 평화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김 추기경의 평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책만드는집)에는 그가 목사와 나눈 종교 간 대화, 방송에 출연해 대중에게 하느님 뜻을 전한 일화도 등장한다.
 

차동엽(인천교구) 신부가 김 추기경의 어록을 정리한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위즈앤비즈)에는 추기경이 자주 전했던 ‘희망 철학’도 새겨져 있다. “세상을 어둡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밤이라도 달빛으로 족하다. 달도 없으면 별빛으로 족하다. 가장 어두운 것은 삶의 희망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이다.”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김 추기경과 인연이 있는 이들의 수기를 추려 실은 「내가 만난 추기경」과, 전문가들이 김 추기경의 삶과 영성에 관해 대담을 나눈 「그리운 김수환 추기경」 등을 펴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김 추기경의 일생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추기경이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어둠과 아픔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거기엔 공감, 고뇌, 용기, 기도, 실천, 겸손 등 총체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추기경이 전하고 간 인간애가 아직도 울림을 주는 이유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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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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