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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56)신의 은총으로

사제의 아동 성범죄 고발한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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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의 은총으로’의 한 장면.



2019년 5월 7일에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에는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는 예수님의 말씀이 인용되어 있다. 영화 ‘신의 은총으로’는 이 자의교서와 관련된 영화이다.

영화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1년까지 프랑스 리옹의 가톨릭교회에서 남자 아동 70여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 사제 베르나르 프레나(2019년 7월 사제직에서 면직)와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침묵해 온 교회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피해자들의 노력을 다루고 있다. 현재에도 프레나와 교구장 바르바랭 추기경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영화는 작년에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까지 받으며 더욱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 명의 주인공 알렉상드르와 프랑수아, 에마뉘엘은 유년기에 사제였던 프레나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았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던 그들은 프레나가 여전히 사제로서 아이들을 사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알렉상드르는 교구장 바르바랭 추기경에게 프레나 신부와 관련한 사실을 편지로 보낸다. 그 결과로 그는 교구 내 심리 상담가가 동석한 가운데 프레나 신부와 30여 년 만에 마주한다. 예상과 달리 프레나 신부는 그 자리에서 과거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가 받은 고통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행위로 스스로가 겪은 고통에 대해 토로한다. 알렉상드르는 자신의 뿌리인 가톨릭 신앙과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고통을 겪는다.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던 행위가 어떻게 아이들의 영혼에 흔적을 남기고 그들이 성장하는 동안 교회를 등지게 하고 올바른 일과 가정을 이루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건 후에 교회가 피해자들의 상처를 이해하는 편에 서기보다 숨기려 해왔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제였던 프레나도 어린 시절 어른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피해자였고 바르바랭 추기경을 포함한 교회의 고위 관계자들이 프레나의 문제를 두고 고뇌하는 모습도 놓치지 않음으로써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기보다 한층 더 깊은 생각을 하도록 이끈다.

영화를 만든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영화의 소재를 찾던 중 피해자들의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 가운데 알렉상드르가 그런 사실을 겪고도 여전히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에 가장 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알렉상드르 역을 맡은 멜빌 푸포는 이 영화가 가톨릭교회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며 가톨릭교회의 관습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소아성애 성향을 지닌 성직자와 수도자들에 대해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할 뿐이라고 밝힌다.

영화 ‘신의 은총으로’는 우리의 신앙생활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이다.

1월 16일 개봉


▲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애니메이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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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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