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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62)펠리칸 베이커리

78년간 사랑받는 정직한 빵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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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포스터.

▲ 손옥경 수녀(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다른 식빵은 전혀 안 먹어요. 펠리칸만 먹어요.”

“부드러움, 봉지에서 꺼낼 때부터 먹을 때까지 전부 감동적입니다.”

“흰 쌀밥 같은 빵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일본 도쿄 아사쿠사에 위치한 펠리칸 베이커리의 빵에 대한 평가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붐비는 빵집 펠리칸은 78년간 4대에 걸쳐서 빵을 굽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빵은 식빵과 롤빵 오직 두 가지다. 빵집을 연상하면 화려하고 다양한 빵들로 가득한데 이 집은 투명한 비닐봉지에 초록색으로 찍혀진 펠리칸 베이커리 식빵과 롤빵만이 선반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손님으로 가득 찬 것엔 분명한 비결이 있다.

“만약 나에게 10의 힘이 있다면 100가지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한 가지 물건을 만들 것이다.” 2대 사장이었던 와타나베 카즈오씨의 말이다. 비결이란 다름 아닌 이런 신념과 정성, 애정과 정직으로 만드는 빵 맛일 것이다.

사장과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빵을 만든다. 빵의 재료는 한결같지만, 계절이나 습기 등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오븐 온도와 발효시간, 재료의 배합을 달리한다. 가장 좋은 빵 맛을 위해 모든 촉각이 서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는 빵 맛처럼 특별한 수식 없이 빵집 풍경과 빵을 먹는 손님들, 빵과 연관된 에피소드를 엮었다. 빵에 정성을 다하는 손길과 그 빵을 먹는 이들의 행복한 얼굴이 교차한다. 침묵 속에서도 음악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 장면에 더 몰입하게 한다. 실화가 가진 힘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빵을 만드는 이가 하는 말도, 빵을 먹는 이들이 하는 말도 그저 넘어가지 않는다.

단순하고 평이한 표현들이지만 생각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게 한다. 내가 가치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살아온 것들에게 질문을 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묻고 있는 상황이어서인지 답도 건네고 있다. 바쁘게 일하며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쓸모 있는 사람인 양 살아온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온 정성을 쏟는 것이 서로를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일깨워준다.

현재 4대 빵 가게 사장인 와타나베 리쿠씨 역시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했지만, 빵에 대해선 겸손하게 40년간 선대 사장님들과 빵을 만들어온 직원 나기 히로유키씨에게 배운다. 지식이 아니라 바른 가치와 온 감각으로 익힌 빵 맛을 소중하게 존중하는 것이다.

“와인 맛을 학문으로 알 수 있을까? 물건의 진가는 그것을 이용하는 고객이 결정한다”던 피에르 바뱅(파리 국제 커뮤니케이션 소장) 신부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고객들은 그 진가를 알아봤고 펠리칸 베이커리를 선택품이 아닌 필수품, 꼭 필요한 공기 같은 존재로 여긴다. 삶으로 저 경지에 닿고 싶다.

4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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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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