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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63)바람의 언덕

다시 만난 모녀의 아름다운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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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람의 언덕’ 포스터.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

박석영 감독의 한국 독립 영화 ‘바람의 언덕’은 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엄마 명분은 간병인으로 만나 결혼까지 했던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자 고향 태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고향 친구로부터 젊은 시절 새 출발을 위해 버렸던 딸 한희의 소식을 듣게 되고 그녀 주변을 서성이게 된다. 딸의 필라테스 학원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딸의 수강생이 되어 너무 늦은 교감을 시작한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엄마 명분의 고백과 딸 한희와 화해를 그리겠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엄마 명분은 자신의 입으로 엄마라는 것을 끝까지 고백하지 못한다. 오히려 딸인 한희가 수강생으로 온 아주머니의 수상한 행동을 좇아가다 자신의 엄마라는 걸 알게 되고 이를 밝힌다. 명분은 자신을 쫓아온 한희에게 말한다. 너만 없었더라면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고. 그리고 딸을 뒤로 한 채 어딘가로 허겁지겁 떠나고 만다.

명분은 무정한 엄마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복잡다단하다. 딸의 학원 수강생이 적다는 것을 알자 멀리까지 가서 학원 전단을 붙이고 외로움을 느끼는 딸의 술주정을 끝까지 들어준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다.

영화나 소설처럼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이 늘 그렇지 못하다는 걸 체험으로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명분은 흔하지 않지만, 현실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처럼 보인다. 오히려 명분과 같은 인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비록 엄마로서는 0점짜리처럼 보이지만 그런 명분을 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우리의 선택이자 몫이 된다.

딸 한희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받아들이려 한다. 그래서 엄마를 찾으려고 했고 명분이 엄마라는 걸 알자 적극적으로 그녀를 찾아 나선다. ‘바람의 언덕’은 그녀가 엄마를 찾게 되는 곳이고 미약한 화해가 시작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써 서로 사랑하라는 사랑의 계명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 누군가 나의 발을 씻어 주었을 때 그때서야 남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더러워진 남의 발을 씻어 주는 믿음의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적으로 본다면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이고 실망하게 될 그런 선택일지 몰라도 예수님은 조건 없는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 세상의 화해와 완전한 구원을 가져오셨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기뻐하는 이 시기에 예수님의 화해 방법을 알아듣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예수님의 화해는 내 가정과 우리 공동체에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4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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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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