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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64)썸원 썸웨어

고독한 이웃집 남녀, 운명의 연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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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썸원 썸웨어’ 포스터.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지하철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들, 지하철을 타고 익명의 사람들과 섞여서 어딘가로 가거나 오는 사람들. 영화는 도시의 상징인 지하철을 따라 빠른 템포로 우리를 주인공에게 안내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레미’와 ‘멜라니’.

레미는 잠이 안 와서, 멜라니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다. 레미는 로봇으로 대체되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불안감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낀다. 멜라니는 자신이 일하는 연구소에서 중요한 연구발표를 맡게 되면서 걱정이 더 많아진다.

두 사람은 바로 옆 건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동네 거리에서, 마트에서… 그들은 스쳐 지나가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다.

그런 어느 날, 레미는 지하철에서 쓰러지고, 의사의 권유로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비슷한 시기에 멜라니도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비로소 레미가 소심한 연애 세포를 가지고 있으며, 멜라니는 옛 남자친구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미는 상담사의 조언대로 가족들과의 관계를 잘 해보기 위해 집에 전화했다가 형의 권유로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멜라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데이트 앱에 가입한다. 그리고 만남을 시도해 보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마음속 공허감은 더해갈 뿐이다.

그들은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그들이 누군가와 ‘진정한’ 유대를 맺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빠져들게 되는 이유다. 영화 속 레미와 멜라니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레미와 멜라니는 바로 옆, ‘썸’세권에 살고 있었지만, 서로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아직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관계를 맺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옛 남자친구를 잊고 싶지 않다는 멜라니에게 상담사가 말한다. “정리란 잊어버리는 게 아니에요.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간직하되 짐이 되지 않는 거죠.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럼 과거를 기억하고 받아들여요. 그래야 현재를 안을 수 있어요.”

레미와 멜라니는 과거를 잊으려 하지 않고,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약간씩의 변주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우리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 생기는 걸 우리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택할 수 있다.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남은 것들이 많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겠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알아보고서, “빵 다섯 개,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마르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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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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