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4일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있다. OSV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4일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있다. OSV
‘공동 구속자’ 호칭 명확히 정리
‘모든 은총의 중재자’ 호칭 주의해야
성모, 구원 사업의 특별한 협력자
교황청 신앙교리부(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는 4일 발표한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통해 오랜 논쟁거리였던 성모 마리아의 ‘공동 구속자’(co-redemptrix)’ 호칭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교황청은 “성모 마리아는 먼저 구원을 받은 존재로서 자신이 받은 은총의 중재자가 될 수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속자이심을 재확인했다.
이번 공지는 ‘공동 구속자’뿐 아니라 ‘모든 은총의 중재자’ ‘은총의 어머니’와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데에도 특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교황청은 “이러한 호칭은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재자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날 로마 예수회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지 내용을 공개했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앞에서 묵상한 경험을 언급하며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마리아의 슬픔과 함께 드러나는 그녀의 뚜렷한 강인함이 너무나 아름다워 사람들이 마리아에 대해 모든 것을, 그 이상을 말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마리아에 대해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를 부여하는 것은 구원의 유일한 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을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헌은 교황의 교도권적 문서 일부가 되어 권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의 수호성인인 안티구아의 성모 마리아상. OSV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교회 내 오랜 논쟁거리였다. 공지에 따르면 마리아를 공동 구속자로 칭해온 역사는 10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청 역시 1926년부터 이 칭호의 교리적 함의를 분석해왔고, 최근까지도 교회 내에서 이를 공식 교리로 선포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대 교황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신앙교리부는 “어떤 표현이 올바른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반복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하느님 백성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앙교리부는 “교회는 하늘에 계신 성인들이 지상에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중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리스도와 함께 계시는 이들 가운데 가장 으뜸은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밝혔다. 이어 “마리아는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서 이루시는 구원 사업의 독특한 협력자이며, 그 전구를 통해 주님의 자비를 상징하는 어머니의 표징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