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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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종교의 수능, 인구주택총조사

조승현 베드로 신부(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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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에서 하느님도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종교 인구’다. 보통 각 종교 교단은 자신들의 교단에 몇 명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 발표하는데, 이것이 고무줄 숫자다. 종교 인구는 각 교단의 교세와 관련된 민감한 부분이라 모든 교단이 우리 종교를 믿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만 하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교단이 발표하는 종교 인구가 얼마나 고무줄 숫자인지는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한국의 종교 현황’이라는 보고서에도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든 교단이 발표한 신자 수를 합쳐 보았더니 약 5600만 명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총인구가 5100만 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 모두가 종교 활동을 한다고 가정해도 전체 인구수보다 교단 발표 신자 수가 약 400만 명이 더 많은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다는 부산광역시 인구가 324만 명이다. 2개 이상의 종교에서 중복돼 활동하거나 개종한 이들을 고려해도 각 교단의 통계가 허수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각 교단 발표보다 신뢰성이 높은 정부 조사 발표에 각 종교 교단은 예민하다. 과거 통계청이었던 국가데이터처가 조사해 발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종교 인구에 관한 사실상 유일한 데이터다. 우리나라 종교 현황에 관한 엑스레이 사진이다. 선거 때면 정치인들이 교단의 주요 종교인을 예방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구주택총조사가 파악한 신자 수는 정부의 종교 정책 수립과 예산 배정의 근거 자료로도 쓰이기에 각 교단은 더욱 예민하다.

2025년 올해 인구주택총조사가 11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센서스 100년을 맞이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 있다. 결혼과 동거의 인식 변화에 따라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와 혼인하지 않고 함께 사는 동거 여부를 파악한다. 또 다문화 가족과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한국어 실력을,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집에서 대가 없이 집안 어르신을 돌보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항목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는 10년마다 하는 종교 인구를 파악한다. 각 교단은 역량을 모아 신자들에게 조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부분 교단은 총조사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선택하라고 권유하는데, 특히 교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종교들이 열성적이다. 책자를 만들어 신자를 교육하고 인터넷에서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홍보한다.

눈에 띄는 건 ‘우리 종교인’의 범위 해석이다. 어떤 교단은 종교인 여부를 넓게 해석해 정기적으로 종교 집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아직 특정 교단에 속해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자신들의 종교 시설을 방문해 마음이 편해졌거나 자신들의 종교에 호감을 느끼기만 해도 ‘우리 종교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냐 물으면 그 마음이 가는 종교를 선택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가톨릭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7.9로 파악되어 교회에 충격을 주었다. 2005년 총조사 때의 10.9에서 무려 3p가 낮아진 것이다. 참고로 교적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2024 한국천주교회통계’에서는 인구 대비 11.4다.

수능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의 마음이 이럴까. 종교에 신자 수가 다는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 시간 교회가 노력(?)한 결과 같아 벌써 궁금하다. 올해 총조사 결과는 내년 11월에 발표 예정이다.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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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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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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