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트라이프다솜 윤현서·이연정(플로라)·김한슬 상담사가 본지와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예술심리치료하는 이연정·김한슬·윤현서 상담사
벽에 등 붙이고 경계하던 아이들, 시간 지날수록 밝아져
자체 개발 ‘해피아트테라피’ 통해 내적 힘 키우도록 도와
“시설 청소년들이 이곳에 처음에 올 때 눈을 안 마주치고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아 경계하는 모습이 보여요. 걸음도 무겁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걸음도 경쾌해지고, 모습도 밝아지며 이곳을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서로 결속력도 생기고, 웃으면서 주말을 맞이할 때면 보람을 느끼죠.”
성 착취 피해 청소년들을 돕는 씨튼해바라기의집(원장 홍순향 수녀)의 시설 청소년들은 매주 금요일이면 서울 내 한 예술심리치료 시설을 찾는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받은 피해를 표현예술치료로 치유받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피해 청소년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 세 명의 상담사를 만났다. 이연정(플로라)·김한슬·윤현서 상담사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씨튼해바라기의집 성 착취 피해 청소년들을 매주 만나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건 청소년들의 ‘안전한 구역’이다. 윤현서 상담사는 “언어적 상담뿐 아니라 예술을 비롯해 비언어적·상징적·은유적 표현을 통해 그동안 받은 상처를 여기서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연정 상담사는 “수호천사가 돼주려 노력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무조건 지지하고 보호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해피아트테라피’로 다양한 예술의 치유적 원리를 적용한 자기 수용적 활동을 지원해 내적 힘을 키우도록 돕는다. 놀이치료나 무용 등 예술치유 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고, 신체활동과 언어치유 상담을 하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 속 말 못할 아픔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만나 삶의 힘을 북돋고 있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기에 어려움도 많다. 김한슬 상담사는 “이 친구들이 어디까지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지 가늠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며 “변화된 모습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때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 상담사는 “한 친구가 한 시간 내내 저를 쳐다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담 청소년들은 스스로 고민을 묻고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똘똘 뭉쳐 결속하고 치유하면서 성장한다. 김 상담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친구들은 거리낌 없이 표현하거나 서로를 위로해 주기도 한다”면서 “이들이 지닌 삶의 순수함을 마주할 때면 감사함을 다시금 느낀다”고 말했다. 윤 상담사는 “이젠 저희가 별도의 주제를 제시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더 자신을 잘 표현하고 색깔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씨튼해바라기의집(원장 홍순향 수녀) 시설 청소년들이 예술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사)아트라이프다솜 제공
내담 청소년들은 치유 이후 홀로서기까지 시도한다. 이미 사회에서 열심히 지내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들이 점차 상처를 회복하면서 자립을 시도하고 있고, 한 아이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어요. 자신의 일을 먼저 와서 설명해주고, 때론 힘들다며 투정부리는 모습마저 대견합니다. 모두 치유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이연정 상담사)
상담사들은 이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존중받는 경험을 잘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이 시간 친구들과 함께하며 헤쳐나갈 힘을 길러 나가길 바랍니다.”(김한슬 상담사) “물론 매일 행복할 순 없죠. 그러나 상담과 대화를 통해 자신을 믿는 존재가 되길 바라고, 자신을 더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길 응원합니다.”(이연정 상담사)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맞는 희년의 의미와 희망을 되새기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사랑 실천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