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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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임실치즈축제

이지혜 보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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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한 10월, 전북 임실의 치즈 축제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축제장 입구에서는 우유 짜기 체험을 위한 젖소들이 관객들을 맞이했고, 치즈 체험 부스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섰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푸른 잔디 언덕 위로 국화와 구절초가 넘실대며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시작은 1960년대 벨기에의 한 젊은 신부의 소박한 외양간이었다. 28세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땅을 밟은 지정환 신부는 임실 농민들을 위해 유럽의 공장을 돌며 치즈 제조법을 배워왔다. 국내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세워 임실을 한국 치즈의 대명사로 만든 인물이다.

지정환 신부는 목표했던 치즈 생산을 이루자, 주민들에게 기술과 권한을 대가 없이 모두 넘겼다. ‘임실 치즈’는 신부가 농민들에게 남긴 사랑의 선물이었다. 치즈 공장이 자리 잡은 뒤 그는 운영권과 소유권을 조합에 완전히 이양하고, 장애인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축제 현장에는 고 지정환 신부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신부의 생애가 새겨진 기념판 글씨는 세월에 닳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산양 우유로 치즈를 생산하는 모습이 담긴 지정환 신부의 빛바랜 사진 앞에서 성호를 그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중년 여성도 보였다.

임실치즈축제는 전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성장했다. 낡은 외양간에서 시작된 신부의 작은 꿈은 오늘날 임실의 자부심이자 공동체 사업의 상징이 됐다. 우리는 그 출발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화려한 무대와 체험 부스 뒤편에서 축제의 근원이 된 외국인 사제의 헌신이 희미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 신부가 남긴 ‘함께 사는 기쁨’의 정신이 이어질 때, 임실의 치즈 축제는 단순한 즐길 거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랑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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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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