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4일 서울 중구 cpbc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주교황청 대사 임명은 ‘주님 은총’ 있기에 가능했던 일”
“정부-보편 교회 잇는 가교 역할할 수 있게 돼 자부심”
‘한반도 평화’ 교황 관심 전하고 충실히 임무 수행 다짐
“2018년 9월 당시 주교황청 한국대사였던 이백만 대사의 초청으로 바티칸을 방문했다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알현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 은총이 제가 주교황청 대사로 부임하게 되는 결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신형식(스테파노, 65) 신임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교황청 대사 임명은 ‘주님 은총’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교황청과 한국 교회 그리고 한국 정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신 대사는 미래정경연구소 사무총장,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사무총장,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겸임교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소장, (사)국민주권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학계·정치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학생 운동·시민사회 활동에 함께하며 우리 사회의 평화·인권 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 대사는 이런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교회 가르침에서 찾았다.
“민주화와 평화·인권을 위해 제가 벌여왔던 활동은 사실 가톨릭 사회 교리가 가르치는 진리, 그리고 공동선·정의·평화의 가치에서 비롯된 겁니다. 제가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하느님의 인도가 있었기에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정부와 보편 교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신 대사는 무엇보다 정부와 교회의 가교로서 “2027 서울 WYD의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히 오늘날 불확실성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계기가 될 서울 WYD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국회 협조를 구하는 데에도 나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 대사는 이어 “레오 14세 교황님은 서울 WYD를 위해 방한한 자리에서 북한 청년과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시는 등 한반도 평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며 “교황님 방한이 한반도 평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게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식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4일 서울 중구 CPBC 본사에서 CPBC 사장 조정래 신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 대사는 또 “제가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임명된 것에 대해 한편에선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국제 교류 활동 그리고 학교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가 기대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전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10)라고 하신 말씀을 가장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들 때에도 이 말씀을 되뇌며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대사로 활동하며 힘든 일이 많겠지만, 앞으로도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인터뷰 후 6일 로마로 출국한 신 대사는 12월 19일 레오 14세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신임장을 제정하며 본격적으로 주교황청 한국대사로서 활동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