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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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엘리사벳)를 위하여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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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엘쥐비에타·엘리·리자·엘리자·이사벨·이사벨라·엘리제는 원래 한 사람의 이름에서 기원했다.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사촌이자 요한 세례자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이 그 기원이다. 히브리어로는 엘리세바(??????), 고전 그리스어로는 엘리사베트(?λισ?βετ)라고 하며, ‘하느님이 약속하심’ 혹은 ‘하느님은 충만하심’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연중 제33주일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며 11월 17일은 성녀 엘리사벳 축일이다. 왕족인 성 엘리사벳(1207~1231)은 헌신적인 삶을 살아 선종 후 수백 개의 성당이 그 이름으로 명명되었으며 위대한 예술가들이 작품을 헌정하였다. 특히 성 엘리사벳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자선단체는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성인이 가난한 이들과 버려진 이들을 위해 행했던 수많은 일은 전설처럼 전해지며, 한국 재속프란치스코회는 2015년 「우리 시대를 위한 여인」을 출간해 성인의 생애를 기렸다.

엘리사벳은 남편을 잃은 뒤 대부분의 재산을 혐오스러운 병에 걸린 이들을 위한 ‘성 프란치스코의 자선 병원’을 세우는 데 썼다. 성인은 병들고 비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했다. 절름발이·만성질환자·지체장애인, 그리고 정상적인 삶에서 밀려나고 길거리나 숲 속에서 나온 부랑아들, 보호시설 사람들, 패자와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자들’ 옆에 있었고 온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하였다.

성인은 헝가리 왕족이었지만 자선을 베풀며 활동한 곳은 독일 마르부르크였으며, 선종 후 성인 무덤을 찾는 순례자가 늘어나고 그곳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시성 절차가 시작되었다. 선종 4년 후인 1235년 성령 강림 대축일에 그레고리오 9세 교황이 엘리사벳을 성인품에 올렸으며, 1474년에 성녀의 축일이 로마 보편 전례력에 수록되었다. 14세기 이후 교회 미술에서 엘리사벳은 망토에 장미꽃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는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려고 몰래 빵을 감추고 나가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그 빵이 장미꽃으로 변했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성인은 헝가리와 독일 여러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특히 독일의 ‘국가적 성인’으로 여겨졌다.

엘리사벳은 그만큼 영향력 있는 이름이었고, 후대 음악가들이 이 이름을 가진 여인에게 헌정하는 작품도 많이 만들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품 ‘엘리제를 위하여’의 엘리제도 엘리사벳의 독일식 표현이다.

//youtu.be/n4YZKJQKFFk?si=6RwJB3_0ziYkVde9

엘리사벳의 선종 직후 작곡된 작품도 있다. 작곡가는 미상이며 13세기 무렵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안 찬트라고 보기엔 좀더 발전된 양식으로, 놀랍게도 아랍풍의 창법을 가지고 있다. 당시 십자군 전쟁으로 어느 정도 문화적 교류가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모든 이를 포용했던 성 엘리사벳에게 어울리는 음악이다.



헝가리의 성 엘리사벳 미사

//youtu.be/V8s3c1j7MvQ?si=uJIsGWFvR00CLp5W




작곡가 류재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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