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노량진동성당에서 신자들이 본당 달력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
“여기에 내 얼굴 있네!”
“어디, 어디?”
“1월 봐봐. 아휴~ 좀 더 웃을 걸 그랬나. 얼굴이 이렇게 굳어있는지 몰랐네. 호호.”
12월 5일 서울 노량진동성당(주임 박준호 신부). 신자들이 내년도 달력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본당 신자, 사목회, 레지오 단원 등 각 단체의 사진이 나와 아는 얼굴을 찾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본당 차원에서 달력을 나눠주는 곳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신자들의 얼굴을 담아 본당의 세세한 일정까지 알려주는 달력은 아주 이례적이다. 신자들은 달력 구성부터 사진 촬영, 편집까지 직접 참여해 가로 20㎝×세로 60㎝ 크기의 벽걸이용 달력을 만들었다. 단체별 회의나 구역 미사 시간, 본당 행사까지 빼곡하게 적힌 달력은 한해 본당 일정을 훤히 알 수 있는 ‘착한 달력’이다.
노량진동본당 홍보분과위원회 오명숙(엘리사벳, 62)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달력에 들어갈 단체를 선정해 사진을 찍고 다음 해 활동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다”며 “1년간의 본당 계획을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미리 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달력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드니 신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노량진동본당은 지난달 각 지역의 구역장과 반장을 통해 본당 내 모든 세대에 달력을 전달했다. 냉담 교우 가정에도 달력을 전달하며 본당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박준호 신부는 “본당이 어떻게 운영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무관심한 신자들이 많은 것에 아쉬움을 느껴 달력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했다”며 “신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며 만들어낸 달력이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노량진동본당은 벌써 내후년도 달력도 기획하고 있다. 2016년 달력에는 매달 구역 식구들의 사진과 본당 일정을 담을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