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 산다
홍성남 신부 지음 / 가디언
“어렵게 쓴 책들에 질렸거든요. 나더러 작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작가가 아니에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쓴 거예요.”
홍성남(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신부의 신간이 출간됐다. 최근 몇 년간 거의 해마다 책을 펴내고 있는 셈이다. 책을 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홍 신부는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부딪히고 생각한 것, 영성 심리를 통해 내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상담하며 쌓아온 많은 이야기를 그저 술술 써내려간 것이라고. 이번 책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낸 것이다. 그래서 제목도 「꼰대 신부 홍성남의 구시렁 심리학 - 말해야 산다」이다.
“원래 개인 심리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사람은 굉장히 민감한 존재예요. 그래서 아무리 건강하게 살려고 해도 주변의 환경이 좋지 않으면 오염된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사람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10여 년 전 가좌동본당에 있을 때 일대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사회의 어둡고 불편한 진실들을 직면하면서 그걸 체감했어요. 그때부터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냥 두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니까. 그래서 내가 사회 문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말하고 싶은 것을 쓴 거예요.”
책은 크게 3부로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 종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개인의 분노와 지나친 걱정, 돈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은 물론 불량 종교와 종교인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종교적인 영성도, 사회적인 정신건강도 개인의 인성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특히 지금의 한국 사회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정신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리학과 가톨릭 교리의 간극이 빚어내는 딜레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 병적일 때가 있어요. 지나치게 신앙심을 강조하거나 지나치게 성인이나 순교자를 강조하는데, 우리 마음은 그렇게 결연하지 않거든요. 따라가지 못할 높은 목표 때문에 신자들이 중도에 허우적거리다 죄의식에 빠지곤 해요. 하느님의 뜻을 하나로 얘기한다면 무엇일까요? 부모님들은 첫 번째로 자녀들의 행복을 꼽죠. 그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세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성경을 보니까 예수님도 ‘행복하라’는 말씀을 계속 언급하셨더군요.”
홍 신부는 이렇게 다양한 ‘하고 싶을 말’을 책은 물론이고 방송과 강연, 사설, 상담 등을 통해서도 쏟아내고 또 받아내고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들었지만, 일은 계속 확대됐고 소통할 수 있는 길도 더 다채로워졌다.
“하느님 뜻에 맡겼어요. 원하시면 계속 할 테고, 아니면 접게 되겠지. 그런데 2011년 한 일간지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뒤 전국에서 연락이 왔고, 일이 계속 늘었습니다. ‘하느님도 이 길을 원하시는구나!’ 생각했죠.”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심리’를 통해서도 전 세계 65개국 4만여 명의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연 등이 줄어들자 은퇴 준비에 앞서 마지막으로 과거 사목했던 곳에서 시작한 무료 강의를 한 봉사자가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아직 일을 끝내면 안 되는구나. 이게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마지막 일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1987년 사제품을 받은 홍성남 신부는 잠실ㆍ명동, 마석ㆍ가좌동본당 등을 거쳐 현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나를 더 알고자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영성 상담을 전공했다. 이를 계기로 본지를 비롯해 가톨릭평화방송 등에서 상담 코너를 진행했고, 현재 강연과 방송, 칼럼 등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