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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쓰는 일기] 주일을 거룩히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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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 출근하려고 보니 밤새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소복이 쌓인 정도를 넘어 수북이 넘쳐흘렀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 승강장까지 가는 길에 작은 고물상이 하나 있다. 그 고물상 비탈진 곳에 누가 밤새 내린 눈 위에 무엇으로 그렸는지 제법 아티스트다운 멋진 그림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덕분에 잔뜩 찌푸려진 내 표정도 밝아졌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남겨놓은 흔적으로 내 감정이 순식간에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에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뒤 힘들거나 우울할 때 꺼내 보며 긍정의 에너지를 얻곤 했다.

2012년 올 한 해, 저 사진을 촬영한 이후 가장 많이 열어 본 것 같다. 열어 보는 것으로는 부족해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설정하고, SNS에도 올렸다. 잊을 만하면 열어 내 두 눈에 그리고 좁은 내 마음에 마구 넣었다.

한 해를 매듭짓는 시점에서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니 남들은 살면서 한 번이라도 겪을까말까 한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내 몸과 마음을 많이 괴롭혔다. 당시에는 처한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힘든지조차도 느끼지 못했던 나. 추위가 점점 더해가며 해가 짧아지는 시기가 되자 일주일에 한 번 아버지 집에 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어느덧 냉담 2주째. 지친 몸과 마음을 의약품과 식품으로 달래고 생각을 정리하니,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12월이다. 다시금 사진을 들여다보며 복잡한 뇌구조를 정화시키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젠 모든 것을 편안히 주님께 맡기고 천천히 걸어가 보렵니다. 그러다 보면 주님의 품안에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날 날도 있겠지요. 언젠가는….

다가오는 주일날 미사 때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 품에 안겨 죄를 고하고 용서를 청해야겠다. 아버지! 주일을 거룩히 보내겠습니다.”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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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희(스텔라·29)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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