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졌다. 박해에 맞서 목숨까지 바쳐 신앙을 지키고 후세에 전한 순교선조들을 따라 사는 것은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순교자들이 죽기까지 걸어간 길을 연구, 교육하고 이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일을 한국교회가 수행해야 할 으뜸 되는 책무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순교자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주교회의와 전국 각 교구에 설치된 시복시성 추진 기관과 순교자 연구, 교육기관을 알아봤다.
한국교회는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을 통합추진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순교자 시복시성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하느님의 종 124위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아 시복함으로써 복자로 거듭났고 현재는 시성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복시성주교특위는 이벽 요한 세례자 등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 등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땀의 순교자’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도 추진하고 있다.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기초 자료와 연구 성과를 제공하는 교회사연구소는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를 비롯해 대구대교구 영남교회사연구소,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등 11개 교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1964년 설립돼 교회사 연구의 맏형 역할을 해 온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명칭에서도 그 대표성을 드러내고 있다. 영남교회사연구소, 호남교회사연구소, 내포교회사연구소, 양업교회사연구소는 교구 명칭이 아닌 지역 명칭 또는 교구를 상징하는 인물(최양업 신부)을 따름으로써 연구소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을 드러냈다.
서울·전주·광주·춘천·청주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도 순교자 현양과 시복시성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순교자공경회가 3월 2일 교구 승인을 받고 9월 10일 창립식을 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순교자공경회는 ‘순교자 현양을 넘어 순교자를 공경하자’는 취지로 창립돼 순교자 공경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는 전주·수원·안동·제주교구에 설치돼 있다. 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는 매년 ‘순교영성강학’을 열어 순교영성을 신자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제주교구 시복시성추진위는 2012년 제주 첫 신자이자 순교자인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영정을 제작해 관심을 끌었다.
대전교구 정하상교육회관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영성연구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순교자영성센터 등도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연구,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순교영성연구소는 2012년, 2014년, 2016년 3회에 걸쳐 순교를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주목받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덕원의 순교자 38위에 대해, 마리아수녀회는 가경자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에 대해 별도의 시복시성절차를 진행 중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