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자비를 잊지 마소서. 저희 눈이 모두 당신의 자비에 쏠려 있습니다. 저희의 모든 희망이 당신의 자비 안에 있습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마지막 기도 내용 중 일부분이다. 최양업 신부는 1860년 경신박해를 피해 경상도 울주군 간월산 죽림굴에 숨어 지내면서 죽음이 임박한 것을 감지하고 스승 신부들에게 마지막 인사 편지를 남기며 자신과 조선 교회를 하느님 자비에 의탁했다.
최양업 신부는 한국 교회사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가장 온전하게 실천한 사목자이다. 그는 온 삶으로 사랑이신 하느님을 눈에 보이게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과부와 고아들, 병자들을 위해 베풀고 도왔다. 모든 희망이 하느님의 자비 안에 있다는 그의 기도처럼 최양업 신부는 ‘하느님의 자비’를 삶의 토대와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그의 편지에서 볼 수 있는데 최 신부는 편지마다 신자들이 박해의 고난 속에서도 서로 베풀고 도우며 사는 이야기를 자랑한다. 이처럼 그의 사목 활동은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온유함으로 이루어졌고, 그 온유한 하느님의 사랑이 신자들 삶 속에도 실천되었다.
한국 교회가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최양업 신부가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고 본연의 삶을 산 사목자이기에 그의 신앙 모범을 본받기 위함이다. 단순히 한국인 두 번째 사제이기 때문에 그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주교회의가 봄 정기 총회에서 새로 인준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시성 기도문’을 발표했다. 하루빨리 최양업 신부가 시복 시성될 수 있도록 교회 구성원 모두가 정성으로 기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