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신춘미사 강론에서 “고위 정치인 중에 가톨릭 신자 비율이 높은 것에 반해 정치에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하느님의 뜻이 얼마큼 스며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의원 명단을 보면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여 명이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며 “국민의 신자 비율이 약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가톨릭 신앙인 비율은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이번 강론은 정 대주교가 지난해 12월 9일 교구장 착좌 이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교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형법 낙태죄 보완입법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3년, 헌법재판소가 개정 시한으로 정했던 2021년을 지난 지 1년 4개월이 지날 정도로 표류하고 있다. 또 성별과 성적 지향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차별과 건전한 비판자 사이를 갈라놓을 우려가 큰 차별금지법, 동성혼 등 결혼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도 있다. 아울러 시설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해칠 우려가 큰 장애인 탈시설화도 정부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정 대주교의 뜻은 신자 정치인들에게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한 번 돌아보고 법안 제정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이다. 특히 정 대주교가 “정치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드넓고 더 큰 차원의 애덕 실천에 깊은 목적이 있다”고 한 만큼 이번 발언을 종교의 정치 개입을 의미하는 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신자 정치인들은 정 대주교의 뜻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