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발생 5주기를 맞아 국제기구와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다시금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크 안드레 프랑슈 주스리랑카 유엔 특사는 21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열린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2019년 발생한 테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는 2019년 4월 21일 부활 시기에 수도 콜롬보와 인근 도시 성당·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279명이 목숨을 잃고, 500여 명이 다친 사건이다. 네곰보에 있는 성 세바스티아노 본당은 신자 115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테러 배후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으로 추정될 뿐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프랑슈 특사는 “이슬람 극단주의 소속으로 보이는 테러범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피해자 유가족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도 모른 채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면서 “유가족을 위해서도, 나아가 현재 스리랑카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가톨릭교회도 테러 배후를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대교구장 말콤 란지스 추기경은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2019년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테러를 감행한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이 어떤 이유로 테러를 감행했는지, 진짜 배후는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콜롬보사회종교센터 사무총장 로한 실바 신부는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에 감춰져 있다”면서 “지난해 대법원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전 대통령과 전 경찰청장 등 고위 관료들에게 배상금 지불 판결을 내렸지만, 이는 테러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일 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리랑카 각계각층에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배경에는 2019년 테러 당시 스리랑카 정부가 보인 석연치 않은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테러 당시 스리랑카 치안 당국은 사전에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수차례 받았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와 기소를 지연시키고, 최종 수사보고서 공개를 거부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실치사와 직무태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상태다.
당시 란지스 추기경은 스리랑카 정부의 대응을 두고 “정부는 모든 것을 덮고 손을 씻으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