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의 길잡이 역할을 할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공개됐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는 9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총회 제2회기 「의안집」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2일부터 약 한 달간 열리는 정기총회 기간 총회 참가자들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안내할 문헌이다.
교황청이 공개한 제2회기 「의안집」은 A4 문서 55쪽 112항에 이르며, 크게 △서문 △주요 원칙(Fondamenti) △본문(제1~3부) △결론으로 구성됐다.
교황청은 ‘서문’을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지난 정기총회의 성과, 특히 ‘성령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노드 방법론의 확산 등을 평가했다.
이어 18개 항으로 구성된 ‘주요 원칙’에서는 소수자·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도구’로서의 교회 모습을 다시금 성찰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 가운데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와 관련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 역시 세례받은 이로서 “성령으로부터 같은 은사를 받았고 온전한 평등을 누리며 그리스도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도록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3부로 구성된 본문에서는 세례받은 모든 이들이 참여해 의견을 나눌 여러 제안 사항들을 담았다. 먼저 1부에서는 교회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신학적 관계’에 대한 대화를 제시한다. △하느님과의 관계 △형제자매 간의 관계 △교회 간의 관계 등을 돌아보며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거나 판단을 받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공동체의 ‘활짝 열린 문’”(「의안집」 34항)을 만드는 과정을 성찰해볼 것을 당부한 것이다.
2부에서는 △가정에서의 시노달리타스 △투명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실천하는 교회 등의 내용을 다루며 체계화된 신앙 양성 과정과 교회의 신뢰 회복 등에 대한 시노드적 대화 여정을 안내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교회 일치 대화, 종교 간 대화,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 등을 예로 들며 교회의 배타주의·획일화 극복과 이를 통한 역동적인 순환에 대해 탐구해보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교황청은 「의안집」 결론 부분에서 “앞선 질문을 거치며 모든 세례받은 이가 교회에 봉사하고 우리 시대의 가장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동참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어 2025년 희년에 “‘희망의 순례자들’로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의 여정에 계속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초대로 「의안집」을 마무리한다.
교황청은 “「의안집」은 사전에 준비된 답변을 유도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결론이 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주제, 특히 ‘왜 시노드 교회가 되어야 하는지’ 경청하고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게 「의안집」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한편, 오는 10월 2일 개최되는 정기총회 제2회기는 2021년부터 3년여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의원들은 2회기에서 「의안집」을 바탕으로 한 경청 시간을 마친 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출할 최종 건의안을 작성하고, 투표를 통해 확정하는 작업에 임하게 된다. 교황은 건의안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시노드 문헌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