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아주 특별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감수성 깊은 이 친구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도 놓치지 않습니다. 길을 걷다가 꽃 한 송이를 발견해도 “어마! 저건 누구누구를 닮았다. 소중해! 그렇지?”라고 외치며 두 눈을 반짝이곤 하지요. 또 친구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영혼 깊이 음미하며 간직해 온 복음의 구절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이해 저에게 들려주기를 좋아합니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감탄할 줄 아는 친구를 둔 덕분에 저의 일상은 한층 밝아졌고, 그가 나눠준 별빛 같은 말들이 제 마음을 밝힐 때마다 저는 세상과 하느님에 대해 전에는 몰랐던 방식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에 비하면 아주 무뚝뚝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우리가 같은 온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음에 친구는 종종 슬퍼했습니다.
한 번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하다 ‘Her Song’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썼습니다. 다른 시선과 언어를 가진 친구를 통해 저의 세상이 좀 더 넓어진 일을 떠올리며 제 친구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지요. Make a song for me / Many of them / Simple song for me / Words are for-give (나를 위해 노래를 써주세요 / 많이요 / 간단한 노래면 돼요 / 말은 내어주기 위한 거니까요).
한편으로 이 노래는 저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노래하는 일을 처음으로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Her Song’의 화자는 그녀(she)인데, 저는 ‘그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존재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자연과 장애인과 성 소수자, 그리고 억압받고 그 존엄성을 훼손당하는 세상의 모든 존재. ‘노래를 써 달라’는 말은 곧 세상 모든 그녀, 그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달라는 말입니다. 언어가 필요한, 아니 어쩌면 언어가 있어도 아무도 제대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 모든 존재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감히 제가 ‘그녀’가 되어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신중하게 길어 올린 언어를 통해 무수한 그녀, 그를 목격하고 또 정확하게 드러내는 일이 오늘날의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러한 작업은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또 이해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감응하는 속도가 느린 저와 같은 사람도 하느님과 자유롭게 통교하는 영혼들을 통하여 마음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운다면, 우리에게서 가장 멀리 있는 존재(타자)를 향한 사랑의 여정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제 친구 이야기로 돌아와, 서로 다른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통의 어려움(어쩌면 두려움일지도)을 넘어 서로 진심으로 마주하여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제가 들려준 ‘Her Song’이 친구에게는 얼마나 새로웠던지 오늘도 친구는 느낌표로 가득한 이야기꽃을 저의 마음 밭에 가득 피워주고, 저는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진심으로 친구의 이야기를 따라 웃음꽃을 피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