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엠제트(MZ) 세대 사이에서는 ‘부캐’라는 단어가 인기가 많습니다. 본캐(본래 캐릭터)는 원래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본래 자아를 말하고, 부캐(부가 캐릭터)는 본캐와는 다른 새로운 자아를 일컫습니다. 클라라가 성당에서는 저의 세례명이지만 지인들 사이에서는 저의 부캐를 클라라라고 말합니다. 별명처럼 불리는 클라라라는 부캐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제작한 ‘성경원정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생긴 별명입니다.
돌아보면 하느님께서는 항상 제 기도를 들어주셨는데,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저는 저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방송을 하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현재 정말 감사하게도 저만의 색깔을 잘 찾아 다양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톨릭평화방송에서도 방송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곳에서 ‘성경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경원정대’는 해당 방송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주일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성경원정대원들이 나서서 퀴즈를 풀고 대결을 해서, 이긴 팀의 본당에 간식을 배달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온전히 성경원정대 녹화를 위해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하루에 2편씩 촬영했고, 가톨릭평화방송 역사상 가장 많은 카메라와 인력을 동원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촬영에서 제작진과 출연진들 모두 손발을 맞추는 일이 수월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부딪히면서도 신앙 안에서 많은 대화와 같은 지향으로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신앙의 끈을 놓으려 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신기하게 계속 그 끈을 놓지 못하도록 연결해 주셔서, 교사가 끝나고 나서는 복음화학교로 가게 하셨고, 방송을 하면서는 가톨릭계 방송을 할 수 있게 하셨고, 지금은 이렇게 주보에 글을 쓰도록 불러 주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함께 작용하게 하셔서 선으로 이끄신다는 말씀이 정말 맞다는 것을 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허송연 클라라인 것을 제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성당에서는 당연한 세례명이 밖에서는 부캐 클라라라는 별명으로 성당에서보다 생활 속에서 더 많이 불리게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하느님의 딸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 불편함(?)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저 때문에 하느님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조심하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한 번 더 불러주는 클라라라는 부캐 덕분에 저는 오늘도 생활 속에서 속상할 때는 주님께 하소연하고, 힘든 사람을 보면 내 일처럼 함께 슬퍼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실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좋게 하시는 하느님을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만 전하는 허송연 클라라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