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못하는 남편 수발하며 단칸방에서 폐지 모아 사는 김동예 할머니
▲ 강희성(오른쪽) 신부가 임씨 부부가 사는 단칸방에서 김동예씨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강성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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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상당구 탑동에 있는 한 빌라의 단칸방. 서울 아들 집에 살다 작년 이곳으로 남편과 거처를 옮긴 김동예(마리아, 75, 청주교구 서운동본당) 할머니는 아들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 임중웅(요셉, 80)씨는 19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을 거의 할 수 없다. 합병증으로 하루 8알씩 약을 먹고 있다. 부인 김씨도 9년 전 왼쪽 반신에 풍이 온 뒤부터는 왼쪽 무릎과 팔, 허리 통증이 심해져 치료를 받고 있다. 무릎 높이 전용 베개에 의지해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 김씨는 작은 손수레에 몸을 의지해 폐지를 줍고 있다.
임씨 부부를 모시고 살던 아들은 사업에 실패한 뒤 살던 집을 넘기면서 아내와 이혼, 지금까지 연락두절 상태다. 부부는 어렵게 돈을 마련해 월세 18만 원짜리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살 길이 막막했다. 김씨는 시간 날 때마다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웠다. 김씨는 "폐지를 팔아 반모임 회비뿐 아니라 주일 헌금 2000원을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거동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지금 방보다는 조금 더 넓은 방이다. 현재 단칸방은 몸이 불편한 부부가 거동하기에는 턱없이 비좁다. 밤에 잘 때도 두 다리를 뻗을 수가 없다.
생활비는 노령연금 15만원과 기초생활보장비 20만원, 그리고 폐지 판 돈을 합해 한 달에 40만원이 안 된다. 작은딸과 막내딸은 형편이 어려운 탓에 부부를 도울 여력이 없다. 그나마 식당일 하는 큰딸이 간신히 임대료만 지원해 주고 있다.
"폐지 줍고, 평일미사와 주일미사 참례하고, 레지오 마리애 회합에 기도 모임까지 나가다 보면 하루가 정말 바빠요. 곁에 남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성당 가서 신부님 뵙고 미사 봉헌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에요."
기도하기 전 성호경을 긋기 위해 손을 들 힘조차 없는 남편을 볼 때마다 김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큰 소리로 `하느님 아버지 백만 번 사랑해요!`라고 외쳐요. 남편이 그 소리에 놀라 깨기도 하는데, 하느님 아버지 덕에 제가 이렇게라도 걸어 다니고 남편과 얼굴 보며 살 수 있으니 기쁘지 않겠어요?"
강성화 기자 michaela25@pbc.co.kr
▨후견인 : 강희성(청주교구 서운동본당 주임) 신부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동예 할머니 가정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17일부터 2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