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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 사랑 밴’ 휠체어, 또다른 장애인에게

강길원, 이명숙씨 부부, 중증 장애 아들 선종 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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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강형욱(가운데)씨가 생전 평화신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사연에 소개되면서 강길원ㆍ이명숙씨 부부와 다정하게 함께한 모습.
지난 2월 18일 기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본지 2012년 5월 27일자(제1168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소개됐던 대상자 이명숙(아기 예수의 데레사, 62, 서울 한남동본당)씨 목소리였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남편 강길원(베드로, 63)씨와 함께 중증 장애를 앓는 아들 형욱(쿠트베르토, 29)씨를 평생 돌봐온 그가 말을 이었다.

 "기자님, 잘 계시죠? 형욱이가 얼마 전 주님 곁으로 갔어요…. 평화신문을 통해 마련했던 아들의 휠체어를 기증하고 싶어 전화했어요."

 이씨는 당시 받은 성금 1100여만 원 가운데 400여만 원을 들여 24시간 집에서 누워만 지내던 아들에게 맞춤형 휠체어를 선물했었다. 이씨는 "아들처럼 장애로 고통받는 다른 누군가가 휠체어를 쓸 수 있도록 되돌려주고 싶다"며 애써 슬픔을 감추면서 말했다.

 2월 5일 오후 이씨는 남편 강씨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여보, 형욱이가 이상해! 얼른 병원으로 와봐요."

 청소용역 일을 하던 이씨가 걸레질을 멈추고 그 길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가기까지는 불과 20분. 그 사이 아들 형욱씨는 이미 하늘나라로 간 뒤였다. 집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아빠 강씨가 평소처럼 아들에게 점심을 먹이던 중 아들이 음식물을 넘기지 못하고 그리된 것이었다. 119구급차를 부를 겨를도 없이 아들을 안고 맨발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던 강씨와 눈앞의 광경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씨는 아직 온기가 감도는 아들의 주검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이사한다고 사람들이 집을 오가고, 우리 내외가 거기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며 "며칠 새 짧은 발작은 있었지만, 이렇게 떠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형욱씨는 엄마 품에 안겨 매 주일 빠지지 않고 유아실 한쪽에서 미사에 참례했다. 본당 신자들은 아들을 데리고 늘 웃는 모습으로 다닌 강씨 부부와 형욱씨를 돕고 아꼈다.

 소식을 들은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형욱씨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장례식을 도왔고, 이창준 주임신부는 아픔 속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주님 사랑을 일깨운 형욱씨가 주님 곁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장례미사를 주례했다.

 강씨 부부는 14년 전 같은 장애를 앓던 형욱씨 동생도 하늘나라로 보냈다. 형을 무척 좋아하고 따랐던 동생은 겉으로는 형보다 건강했지만, 14살 되던 해인 2000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강씨는 수선 작업을 하다가도 홀연히 집을 나가 밤늦게까지 홀로 마음을 달래고 온다.

 휴대폰 속 아들과 함께했던 영상을 보여주던 강씨는 "그래도 이 세상에 아들이 홀로 남겨지지 않고, 주님 곁 천국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몸이 불편한 다른 이에게 형욱이의 휠체어가 도움되길 바라며, 부족하지만 힘닿는 대로 받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독자들의 성금으로 마련해 형욱씨가 사용하던 휠체어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됐다.

  글ㆍ사진=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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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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